육상의 식목일은 범국민적으로 나무를 심는 날로, 1872년 미국이 주도해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48년 기념일로 제정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벌거숭이였던 민둥산이 푸르고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의 식목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부터는 바다의 식목일도 생긴다.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 관심 속에 바다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조류를 심는 날이다. 정부는 이날을 기념할 수 있도록 수산자원관리법을 일부 개정해 올 2월 2일자로 공포했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10일 제1회 바다 식목일 행사가 열린다.
그동안 바닷속에서는 갯녹음(백화현상)이라 불리는 자연의 재앙이 야금야금 북상하며 연안바다의 30% 이상에서 해조류가 줄었다. 그 때문에 고기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없어지고 해조류 숲에 알을 낳고 살던 어류들도 달아나 바다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수산자원 조성관리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인정해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을 신설했다. 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바다 식목일을 제안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추진하게 된 것이다.
갯녹음 현상은 연안 수온 상승, 환경오염, 해조류를 먹는 동물의 증가 등 여러 원인으로 유용 해조류가 없어지고 시멘트와 같이 딱딱한 무절산호조류가 암반을 덮어 연안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상이다. 1990년 제주도 연안에서 발생한 이후 빠르게 북상해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 넓게 퍼져 있다. 그에 따른 연안 생태계의 피해로 연근해 어선어업 어획량은 1990년 140만 t에서 2011년 120만 t으로 감소했고, 수산물 수입량은 급속히 늘어 매년 3조50000억 원 상당의 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 식목으로 바다숲이 확산돼 해조류가 무성해지면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다. 우선 수산생물의 서식처가 돼 물고기가 돌아오고, 해조류는 온실가스를 저감시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 청정 바이오에너지와 유용한 기능성 물질의 공급원으로 웰빙식품 등을 제공하고 바닷속과 인간의 몸을 청정하게 만들어 고통에 신음하는 지구와 병들어가는 인간을 살아나게 할 것이다.
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해조류를 제공해 주는 바다숲을 만들기 위해 해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해안선 전역을 바다숲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차 10만 ha, 2차 200만 ha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날 육지의 벌거숭이 민둥산을 살리기 위해 온 국민이 합심하여 노력했듯 바다 식목을 전 국민적 축제로 승화시킨다면 해조류 천국이 건설돼 물 반 고기 반의 풍요로운 바다가 하루 빨리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최초로 시작한 바다 식목 행사를 대한민국이 주도해 세계로 보급한다면 온 국민의 자부심을 높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격 상승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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