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어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 관계를 평가한 ‘2011년 동반성장지수’를 처음 발표했다. 평가대상 56개 기업 가운데 7개사는 ‘개선’ 등급을 받았고, 6개사는 ‘우수’ 등급으로 평가됐다. 동반위는 “평가대상 회사 전체가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에 비하면 동반성장 의지가 강하다”며 하위등급 기업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여부를 따진 항목에서 42개사 중 절반이 하도급업체에 불리하게 고쳐 쓰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바로 이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곳이 준사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 핵심과제 중 첫 번째로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동반성장 문화 정착’을 꼽고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제 역할만 한다면 정부에서 동반위 같은 관변 위원회를 만들어 ‘대기업 망신주기’식 평가를 하지 않아도 동반성장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어제 공정위는 삼성 LG전자 SK텔레시스 등 42개 전기전자 업체들이 협력업체에 하도급을 맡겼다가 부당하게 취소한 혐의를 잡고 자진(自進) 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행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하면 공정위에서 과징금 등 제재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법규대로 엄격히 집행하기는커녕 ‘알아서 바로잡으라’며 넘어가는 것은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에 허점이 있어 부당 발주취소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공정거래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다. 동반성장과 관련해 중소기업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과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정부가 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장관급 위원장에다 공무원 500여 명이 일하는 공정위는 대통령 지시사항에나 매달리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을 강조하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는 물가당국”이라며 물가 단속에 나서고, 백화점에 중소기업 제품 판매관 설치를 요구했다. 반(反)시장적인 관치(官治)다.
정운찬 전 동반위 위원장이 추진했던 ‘이익공유제’에 비하면, 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동반성장지수는 친(親)시장적 정책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동반위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그 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정위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 동반성장은 더 잘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