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작년 4·27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 패배로 뼈아픈 상처를 입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선거를 지휘했다가 졌기 때문이다. 앞서 유 대표는 2010년 경기도지사 야권단일후보가 됐지만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졌다. 민주당 지지층의 유시민 거부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을 창당할 때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유 대표에게 민주당 합류를 제안했지만 유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빚을 갚으려면 강력한 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며 통진당을 선택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들어간다 해도 유시민 거부 정서를 극복하기 어려울 거라는 현실적 계산을 했을 것이다.
▷유 대표의 통진당 합류도 순탄하지 않았다.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과의 오랜 ‘악연’ 때문이다. 유 대표는 2002년 대선 때 “민노당을 찍으면 사표(死票)가 된다”고 말해 민노당의 반발을 샀다. 민노당은 유 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규정했다. 민노당 당권파는 유 대표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유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통진당 야권연대를 통해 정치적 재기를 꿈꿨을 것이다.
▷민중민주(PD)계열인 심상정 공동대표는 2008년 민노당 분당을 촉발한 당사자다. 종북(從北)주의를 비판하며 일심회 간첩사건 관련자의 제명을 요구했으나 민족해방(NL)계열 당권파의 반발에 부닥쳐 갈라서야 했다. 3년이 지나 NL계 민노당 당권파와 다시 손을 잡으며 통진당을 만들긴 했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통진당 당권파에 맞선 유, 심 공동대표는 비(非)당권파의 간판스타다. 두 사람은 서울대 78학번 동기에 1959년생 동갑내기다. 둘 다 “절대 분당(分黨)은 없다”고 한목소리로 배수진을 친다. 당권파의 막장 행보에 질려 두 사람이 먼저 당을 떠나고 나면 당권파만 이로울 것이다. 구 민주당 사람들은 유 대표의 행태에 넌덜머리를 냈으나 그 유 대표가 지금은 통진당 당권파의 집요함에 밀리는 것 같다. 두 사람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진보정당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지만 통진당의 현재 모습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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