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강명]체벌이 퇴학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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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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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굽혀펴기나 쪼그려 뛰기 같은 간접 체벌조차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폭력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은 대개 ‘학생들에게 폭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심어준다’거나 ‘교사의 감정적인 분풀이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교육적 효과가 없다’는 이유를 든다. 그런 문제의식에는 상당 부분 공감한다. 학창 시절에 말이 좋아 ‘사랑의 매’지 무차별 구타나 다름없는 행위를 교실에서 많이 봤다.

▷그런데 폭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인간 사회가 있긴 있을까. 현대 국가는 법을 어긴 구성원에 대해 가두거나 강제 노동을 시키거나 때론 목숨을 빼앗는다. 국가는 기실 그런 폭력의 힘으로 유지된다. 다만 문명사회는 개인에게 가할 수 있는 강제력의 주체와 절차, 범위를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 세세히 규정했다는 점이 야만 상태와 다르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이 본능과 충동을 억누르고 그 질서에 따르도록 만드는 건 교육의 중요한 목표다.

▷체벌이 감정적인 분풀이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체벌을 요구하는 교사와 그 벌을 집행하는 사람을 분리하면 어떨까. 학교 안에 준사법기구를 만들고 체벌을 주장하는 교사와 문제를 저지른 학생, 그리고 제3자인 다른 교원이나 학생, 필요하다면 학부모가 참여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체벌을 허용하되 학생들의 항변권을 충분히 보장하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손찌검은 엄격히 금지한다. 이런 준사법 체벌기구를 도입하면 당사자 학생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학생에게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도를 넘어선 학생 간의 폭력 앞에서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는 게 옳은 일일까. 그건 오히려 훨씬 더 악랄한 폭력에 협조하는 일 아닐는지. 과격한 발상인지 모르겠으나 공정하게만 집행할 수 있다면 직접 체벌도 때에 따라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싶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아니라 가해 학생을 위해서다. 현재 많은 학교가 체벌 대신 도입한 상벌점제는 문제 학생에게 벌점을 주다 결국 내쫓는 제도다. 그 학생을 학교 밖에서 기다리는 게 뭐일지 상상해보면 두려울 따름이다. 간접 체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학생들이 있다면 직접 체벌을 해서라도 최대한 학교 안에, 교사의 지도 아래 두고 싶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체벌#퇴학#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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