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요구는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군사위원회는 지난주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맞서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채택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공화당 의원들은 북한의 핵개발 저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한국에 전술핵을 다시 배치해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991년 한미 양국의 합의에 따라 한국에 배치했던 전술핵을 모두 철수했다. 남북한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핵무기를 제조·보유·저장·사용하지 않는다’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는 한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촉구하는 강력한 근거다. 군사위 수정안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 정부도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찬성하지 않겠지만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주도한 트렌트 프랭크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수년간 중국에 북한을 평화협상에 나오도록 유도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중국은 오히려 핵부품을 북한에 판매했다”고 비난했다. 전략핵에 비해 위력이 작은 전술핵은 흔히 정치군사적 상징과 협상카드로 활용된다. 미국은 대(對)러시아 협상카드로 지금도 유럽의 몇몇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200기의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중국과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
그제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의 반대로 대북(對北) 경고가 공동선언문에서 빠졌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지난달 13일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이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 대북 경고에 반대한 것은 6자회담 의장국의 의무를 저버린 행동이다.
북한의 핵 포기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국가적 목표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한국은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전술핵 배치는 미국의 핵우산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되면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긴박한 사태를 구경만 할 일이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저지하지 않으면 동아시아에 핵 확산 도미노가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