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광장의 ‘광우병 소 수입 중단 촛불집회’에는 1000여 명이 모였다. 4년 전인 2008년 이맘때 평일에도 평균 1만여 명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일대 거리를 메우던 것에 비하면 한산할 정도다. 이번에는 주말 1000여 명, 평일 100여 명 정도만 참석했다. 교복을 입은 촛불 소녀도, 유모차를 앞세우고 나온 주부도 보이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바에는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연예인도 없었다. 4년 전 광우병 사태를 주동했던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다 죽을 것처럼 선동했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사실이 아님을 깨닫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4년 전처럼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트위터 검색 순위를 보면 광우병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한 글과 광우병 선동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글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소비자들도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했다가 이달 12일부터 재개했다.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문성근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은 광우병 촛불시위를 재연(再演)해 총선 패배 이후 수세 국면을 반전할 기회로 삼으려 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선출된 이후 내놓은 일성도 광우병 촛불시위 참가 독려였다. 북한도 광우병 촛불을 다시 지피려 안간힘을 썼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대외용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 등은 2일 서울광장에서 4년 만의 광우병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일제히 반정부 촛불투쟁 선동에 나섰다. 그러나 ‘어게인(again) 2008년’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는 미국 광우병 민관합동 현지조사단이 11일 귀국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공식 발표한 뒤 처음으로 열린 것인데도 미지근했다. 정부도 ‘값싼 쇠고기를 제공하겠다’며 의욕이 앞섰던 2008년보다 신중한 대응을 했다. 이 역시 학습효과라고 할 것이다. 국민과 정부 모두 4년 전 경험에서 배운 바가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4년 전 촛불시위를 주도한 사람들 중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사람이 아직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