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 시장의 너무 나가는 보은·코드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서울지하철의 기술 분야 최고 책임자인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대책본부 노동특별위원장이었던 석치순 씨를 내정한 것은 전형적인 보은(報恩) 인사다. 석 씨는 1984년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에 차량검수부 6급 기능직으로 들어간 뒤 두 차례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불법 노조 활동과 관련한 업무 방해 및 폭력 행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1999년 해고됐다. 지하철 실무 경험이 10년 정도에 불과한 데다 현업을 떠난 지 10년도 넘은 그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기술본부장 자리에 적임자라고 보긴 어렵다.

기술본부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두 명 가운데 공사 사장이 결정한다. 서울시가 지명한 추천위원들은 자격 미달의 석 씨를 일방적으로 지지했다. 지난해 12월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역시 박 시장 선거캠프 출신인 박인배 씨를 임명한 것도 보은 인사이자 코드 인사였다. 박 씨는 좌파 성향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상임이사 출신으로 공연장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다. 박 씨는 박 시장 취임 후 정책자문위원회에서 문화 분야를 담당했고, 야당 성향 인사들이 대부분인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쳤다.

최근 서울 시정을 감시하는 ‘시민감사옴부즈맨’ 자리에 행정감사 경력이 전혀 없는 박 시장 측근 2명이 내정됐다. 서울시는 공모를 통한 인선이었다고 밝혔지만 박 시장 측근들이 뽑힌 것을 보면 공모가 허울뿐인 요식행위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 시장 측근들이 서울시장을 감시하고 따지는 옴부즈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선거 때 “선거를 도와줬기 때문에 시정을 맡기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서울시에) 들어간다고 해도 전문성이나 역량이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셈이다. 선출직인 시도지사가 선거 공신이나 같은 코드라는 이유만으로 중용하게 되면 행정의 비효율을 자초하고 선거 때마다 공무원 줄서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다.
#사설#박원순#코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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