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를 권하는 병원의 문제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정부의 영리법인 허용정책이 병원의 과잉 진료를 키웠다는 사실이다. 모든 병원에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언제부터 우리는 과잉 진료가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은 갑이요 환자는 을의 처지에 서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 하지만 초창기의 근대적 의료 환경에서는 지금과는 사정이 달랐다.
제중원의 특별 광고(대한매일신보 1910년 3월 10일)에서 확인해 보자. “본 병원은 한국의 일반 인민을 위하야 셜립(설립)함은 여러분이 이믜(이미) 아난 버어니와(알고 있듯이) 지금브터난(지금부터는) 사무를 일층 확쟝하고 병을 더욱 졍밀히 보기 위하여 오전 열시브터 오후 네시까지 진찰하오며 또 특별 진찰소를 셜시(설치)하고 사쇼(약간)의 진찰비를 밧고(받고) 귀한 손님의 편리함을 도모하오니 진찰하실 여러분은 죠량(照諒·살펴서 헤아림)하시압. 다만 특별한 경우에는 아모(아무) 때든지 쳥구하난(요청하는) 대로 응함. 경셩 남대문 밧(밖) 졔즁원 백”
두루 알다시피 제중원은 미국의 선교사 알렌이 1885년에 세웠던 최초의 근대식 국립병원이다. 광고 내용을 요약하면, 보다 정밀한 검진을 위해 특별 진찰소를 설치해 약간의 진찰비를 받고 ‘손님’의 편리함을 도모하며,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손님의 요청대로 응하겠다는 것. 여기에서 환자를 손님으로 대우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로는 고객이라 하면서도 실제로는 과잉 진료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어떤 병원들의 가짜 고객중심주의와는 사뭇 다르다.
이 광고를 지금 우리들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병원 광고들과 비교해보자. 헌법재판소의 2005년 판결로 병원광고가 허용되었다. 50년 만에 병원광고 금지 조항이 해제된 것. 그런데 해도 너무하다. 과장 광고도 많고 신문 기사처럼 편집한 기사성 의료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제중원 같은 광고 메시지는 만나기 어렵다. 의료 상업화라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그 폐해도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감염된다. 병원이 을의 처지에 서서 환자를 진정한 손님으로 모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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