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과 해머가 등장한 최악 국회. 18대 국회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직무유기로 임기 내 처리하지 못해 폐기될 운명의 법안이 무려 6300건이나 된다. 그나마 발의된 법안 중 가결된 비율은 13.6%에 불과하다. 의원 1인당 4년간 평균 법안 가결건수는 5.5건이다. 의원 한 명이 1년간 활동하는 데 들어가는 세금 약 6억 원으로 고작 1건의 법률안밖에 못 만든 셈이다.
19대 국회도 18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기대가 없다. 소박하게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제발 몸싸움과 폭력만은 없애 달라고. 국회의원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여야가 대치 상황일 때 몸싸움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고. 강제 당론 앞에서는 의원 개인의 소신이 무용지물이라고. 언론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요소만 부각하고, 열심히 노력한 내용은 잘 부각되지 않는다고.
국회법 제24조에 따르면 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고, 국회의원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임기 초에 선서해야 한다. 25조는 의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은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에 우선해 규정돼 있다.
국회의원이 강제 당론에 막혀 양심에 따른 직무 수행을 거부한다면, 몸싸움과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면 이는 국회법 위반이다. 개별 입법기관인 자신의 행동을 당 지도부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19대 의원 당선자들이 몸싸움에 가담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공개 서명운동을 언론·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한다. 18대 국회에서 의원 40여 명이 몸싸움 불참 선언을 주도했고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헌법에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다음으로 국회가 규정돼 있다. 정부에 앞선 것이다. 그 정도로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뢰는 물론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한다. 항상 비난의 대상이고 행정부에 종속된 느낌마저 준다. 과거에 비해 국회의원의 학력이나 직업 배경이 우수함에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제도 탓도 있지만 의원 스스로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의 전문성을 측정하는 직접적 척도는 입법생산성인데 가결률이 낮다는 것은 법안내용이 충실하지 않다는 의미다. 국정감사에서도 고압적인 태도와 반말로 스스로의 품위를 훼손한다.
우리 국회와 행정부 관계는 소위 ‘정당양식(inter-party mode)’이 지배하고 있다. 의회가 행정부에 대해 한목소리로 대응하는 ‘비정당양식(non-party mode)’과 달리 ‘정부·여당’과 ‘야당’ 간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이 지속된다.
19대 국회의 갈등은 개원과 함께 시작될 것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견된다. 18대 국회는 88일 만에 원(院) 구성을 마치고 8월 26일 개원해 ‘최악’의 오명을 쓰고 출발했다. 3개월간 놀면서 세비를 받았다. 만일 19대 국회가 국회법 규정대로 개원 후 7일 이내인 6월 5일까지 국회의장 선출, 다시 3일 내에 원 구성을 마치지 못할 경우 ‘강제당론’으로 월급을 받지 않겠다는 공개 선언을 한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18대 국회 막판에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다. 이는 스스로 오명을 벗기 위한 몸부림으로 국회의장석, 상임위원장석을 점거하거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할 경우 수당 삭감 등으로 징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처벌의 강도가 미약해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된다. 19대 국회의 첫 과제로 국회 내 몸싸움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서약하는 것은 어떨까. 몸싸움과 품위 손상에 대해 최소한 3개월 출석정지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겸직을 금지한다면 더욱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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