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는 지구촌(237개국) 최대 축제다. 가맹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204개국, 국제축구연맹(FIFA) 208개국으로 유엔 193개국보다 많다. 스포츠 행사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엄청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4년 만에 열리는 두 대회의 개최지는 6∼8년 전에 결정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2011년에, 2014 브라질 월드컵은 2007년에 확정됐다. 투표일 기준으로 유치 의사는 보통 1, 2년 전에 밝히며 유치 신청서는 최소 6개월 전에 제출해야 한다. 개최지로 선정되면 폐막일까지 길게는 8년이나 ‘시어머니’ IOC와 FIFA의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한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서다.
우리나라 정치(선거) 일정도 이를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국회의원이건 대통령이건 일단 당선(올림픽,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면 시어머니는 고사하고 시누이도 없다. 20년 만에 양대 선거가 있는 올해 총선(4월 11일)은 이미 치렀고 대선일은 12월 19일이다. 선거법상 대선 후보는 선거일 24일 전부터 이틀간, 즉 11월 25, 26일에 등록하면 된다. 이것은 올림픽, 월드컵의 경우 유치 신청서 제출에 해당되는데, 후보자를 검증(올림픽, 월드컵 후보지 현지 실사)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역대 정권의 각종 스캔들을 감안할 때 대선 후보는 물론 직계 가족과 친인척, 측근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건만…. 청문회 소환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 뿐이다.
“국민을 위해 마지막 정치적 힘을 다하겠다.”(박근혜) “제가 앞장서서 희망을 드리겠다.”(문재인)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다.”(안철수)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가 유력한 ‘빅3’의 최근 멘트다. 참 모호하다. 국민과 선문답(禪問答)하자는 것인가. 그들이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의 자질 검증과 ‘저격수’의 의혹 제기를 최대한 회피하려는 의도가 짙다. 요즘 유행어로 꼼수다.
경선 방식을 놓고 시끄러운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것과 대선 출마 선언은 결이 다른 영역이다. 전략, 전술 차원에서 적기(適期)를 고르고 있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다면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은 ‘앞뒤 생각없이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정치인’이란 말인가. 소위 ‘당선권 빅3’가 계속 출마 선언을 미룬다면 제대로 된, 충분한 검증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사안에 대한 해당 정치인의 침묵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내기 골프와 화투를 쳐보면 상대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심성이 곧 드러난다는 의미다. 하나 더 있다. 맞장토론이다. 대선 후보들이 끝장 토론을 벌인다면 그들의 ‘밑천(국가관, 국정운영 능력 등)’은 확연히 비교되고 ‘가면’은 벗겨질 것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종전과 같은 수박 겉핥기 토론으로는 그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대선 후보에 대한 실사(實査) 기간과 검증 방법은 강화돼야 한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결국에는 좀 더 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게 언론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빅3’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라. 예정대로라면 평창 겨울올림픽(2018년2월 9∼25일) 개회식은 18대 대통령의, 폐회식은 19대 대통령의 몫이다. 두 VIP가 사이좋게 개, 폐회식에 모두 참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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