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재황]한국의 헌법재판,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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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정재황 성균관대 법대 교수·헌법학
정재황 성균관대 법대 교수·헌법학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재판이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고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나오는 말이 됐다. 최근의 예를 보자. 이전에는 금지됐던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이 지난번 국회의원 총선거 때부터 가능해졌다. 헌법재판소가 그 금지가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나는 법률을 가려내는 작업이 바로 헌법재판이다. 만약 헌법재판이 없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라도 국회 스스로 개정하지 않는 한 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암울했던 유신시절에도 헌법재판이라는 제도는 있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헌법을 공부하겠다’고 하면 ‘새 법을 공부하지’라는 조소가 돌아오곤 했다.

헌법재판은 헌법이 힘을 가지게 하는 제도다. 모름지기 모든 법은 그 법을 위반하면 제재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을 때 준수되는 힘을 갖는다. 법을 위반하더라도 제재하지 않으면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고, 그 제재로서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이 재판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정치권력을 통제하는 규범으로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도록 이끈다. 지금의 우리 헌법재판제도는 1987년 민주화의 산물로 이듬해 탄생했다. 그동안 우리 헌법재판소는 많은 사건을 재판해 왔고 헌법판례를 축적해 왔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은 현행 헌법이 낳은 최고의 성공작이라 부를 만하다. 이는 일찍이 헌법재판이 자리 잡았던 유럽 국가들의 법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바다. 한국의 헌법재판 경험은 아시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고, 그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모범적인 헌법재판 국가로 자리 잡게 됐다.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 창립총회가 한국을 의장국으로 해 ‘아시아에서의 헌법재판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린 것은 그것을 확인하는 행사였다.

헌법이 보호하는 인권은 어느 나라 어느 국민이든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권리들이다. 이러한 인권의 보편성은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의 헌법문제가 있고, 그 해결의 원리도 비슷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음을 뜻한다.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그 공유 가치성이 더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경험과 인권의 보편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아시아 각국의 헌법재판 발달을 선도해 가는 위치에 서 있다. 아재연합은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필리핀 러시아 타지키스탄 태국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 1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이번 총회에서 파키스탄이 새 회원으로 승인됐다. 이번 총회에는 유럽, 아프리카, 프랑스어권, 아랍지역 협의체에 속한 국가들도 참여했다. 이를 통해 헌법재판의 글로벌화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한국이 아시아의 헌법재판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읽을 수 있다.

창립총회에서는 특히 ‘헌법재판제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국가 사회를 동화적으로 통합하는 데 매우 유효한 수단’임을 확인하는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아시아인들의 자유와 인권신장을 위한 상호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선도적 지위는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한다. 우리 헌법재판제도도 개선해야 할 점이 있고 헌법재판의 권한 면에서 보강도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속적인 헌법재판의 발전을 보여야 아시아 다른 국가의 헌법재판 발달에 자극과 지원의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황 성균관대 법대 교수·헌법학
#기고#정재활#헌법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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