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미라]어린이집 보육료 전액지원때 가정양육 지원책도 내놨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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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정미라 가천대 세살마을연구원장
정미라 가천대 세살마을연구원장
부모의 소득이나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0∼2세 아이들의 어린이집 보육료를 정부가 올해부터 전액 지원하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치권이 나선 것은 좋지만 정책 시행에 앞서 중요한 점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는 양육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가정 양육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는 보육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아이들의 인성과 지적 발달에 초래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다. 보육정책의 최종 고객인 아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정책이 시행된 셈이다. 어린이집 보육료를 무료로 하자 아기를 맡기기 위해 번호표까지 받는 사태가 빚어졌다. 물론 부모가 아이를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에도 양육수당을 지급하지만 이는 일부 저소득계층에 한정됐고 금액도 월 10만∼20만 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싶지 않은 부모는 드물 것이다. 국내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54%다. 영아를 둔 여성 취업률이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부모까지 보육시설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더 좋을까. 아이들의 발달 측면에서 보육시설 양육이 바람직하다면 정부의 이런 정책은 권장해야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0∼3세 시기는 중요한데, 특히 2세 이하 영아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양육자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는다. 이때 형성되는 안정·애착은 인지나 언어발달은 물론이고 사회성과 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 시기에 안정·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면 성장 후 사회와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고 학습 능력도 떨어진다.

미국과 영국에서 이뤄진 연구에서 영아기의 보육시설 경험이 향후 학업과 사회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아동보건·인간개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질의 보육시설에 다닌 아이들은 이후 학습 준비도가 향상됐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문제는 아무리 양질의 보육시설이라고 해도 영유아들이 오랜 시간을 보육시설에서 보내면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따라 육아 선진국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근무시간 조절 등을 통해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도록 권장한다. 또 가정보육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은 양육수당 지급, 세금 감면 등과 같은 재정적 지원을 부모에게 직접 제공한다. 반면 맞벌이 부부에 한해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을 허용한다. 육아 선진국의 이 같은 정책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양육의 기쁨을 보육시설 교사가 아닌 부모가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수단을 동원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즉, 부모의 양육 역량을 높이고, 그 결과 양육의 즐거움을 부모가 직접 맛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은 것이다.

정미라 가천대 세살마을연구원장
#기고#정미라#보육료 지원#가정양육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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