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영락]“F1머신 직접 만들겠다” 대학 새내기의 멋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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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신영락 F1코리아그랑프리조직위원회 기업마케팅팀장
신영락 F1코리아그랑프리조직위원회 기업마케팅팀장
하얀 목련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연분홍 철쭉이 만발하던 2일 민호를 만났다. 민호는 올해 자동차기계공학과에 입학한 새내기라고 했다. 민호를 알게 된 건 아내가 유별나게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동네에 있다고 알려준 뒤 내가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면서부터다. 그의 블로그는 모형자동차부터 전투기까지 탈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민호는 중학교 때 무선으로 조종하는 모형자동차대회에 출전해 대학생 형들을 제치고 입상할 만큼 수준급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동네 커피숍에서 만난 그날도, 타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답게 민호는 자전거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 왔다.

나는 민호에게 물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민호는 “포뮬러원(F1) 머신과 같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F1 머신의 엔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민호는 “F1 머신이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모아두었다가 가속을 위한 속도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에너지 재생장치도 꼭 연구해 보고 싶다”면서 “지금은 모형자동차를 연구하지만 언젠가는 F1 머신의 엔진을 뜯어보고, 직접 만들겠다”고 했다. 내가 다시 물었다. “F1팀도, 드라이버도 없는 나라에서 F1 머신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자 민호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F1코리아그랑프리가 매년 영암에서 개최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 우리나라 팀이나 선수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류가 꿈꿔왔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민호의 말이 맞았다. 비행기와 우주선으로 하늘을 날고 싶었던 꿈, 동화 속 이야기였던 달나라 여행을 현실로 만들지 않았던가. 민호의 얘기를 듣고 나는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이 생각났다. 1962년 케네디는 “우리는 10년 내에 달에 가는 것을 결정하고자 한다. 그것은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케네디는 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과 불과 7년 만인 1969년, 전설의 달에 아폴로 11호를 착륙시키지 않았던가.

나는 민호와 얘기하면서 F1코리아그랑프리를 통해 세계적인 드라이버나 일류 자동차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에게 F1코리아그랑프리가 단순한 경주대회를 넘어 우리의 미래를 선도할 꿈의 레이스가 되어가고 있음도 알게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온갖 장치가 붙은 그의 자전거가 궁금했다. 바퀴의 빔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회전 속도를 감지하도록 만든 속도계가 붙어 있었고,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만든 전조등은 건전지 대신 휴대전화 배터리에 연결돼 있었다. 민호의 자전거 조명과 함께 걷던 그날 저녁 꽃길은 눈부시고 환했다. 인사를 하고 골목 어귀를 돌아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는 담벼락에 곱게 늘어선 철쭉만큼이나 아름다운 대학 새내기의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가슴으로 소망했다.

신영락 F1코리아그랑프리조직위원회 기업마케팅팀장
#기고#신영락#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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