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5월은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모두 들어 있는 달인데, 그중에서도 어버이날(8일)이 인상적이다.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효(孝)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날을 전국적으로 기념한다.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부모와 조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하거나 여행을 보내드린다. 전국의 시군구에서는 효자·효부로 선발된 사람에게 효자·효부상과 상금을 수여하기도 한다.
이날은 본래 어버이의 영혼에 감사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 영국과 그리스의 풍습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5월에 어머니날을 정해 자녀가 어머니에게 빨간 카네이션과 선물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한국도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해 경로효친 행사를 해오다가 아버지날도 거론돼 1973년에 어버이날로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 시작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온 국민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는 날로 자리매김한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사회에서도 전통적인 효경(孝敬)사상을 잘 지켜왔다.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자녀를 애정으로 보살폈고, 자녀들이 이를 마음 깊이 받아들여 부모를 존경했고, 이런 마음이 어른에 대한 공경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 같다.
한국의 드라마에서도 잘 나타난다. 드라마 내용은 저마다 다르고, 주로 젊은층의 일과 사랑을 보여주고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정(情)은 빠지지 않는다. 부모를 존경하지 않고 잘못된 언행을 할 경우 다른 어른들이 잘못을 지적해 가르치기도 하고, 부모의 말씀이라면 본인의 뜻과 달라도 한번 더 생각해보는 장면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은 외세의 침략을 많이 당한 역사로 다른 문화의 영향 또한 받았지만, 부모를 섬기고 공경하는 전통적인 효 문화를 그대로 이어왔다는 것이 외국인 시각에서 볼 때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의 ‘효 문화의 역사와 현황’을 널리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몽골에서도 전통적으로 부모가 정성을 다해 자녀를 돌보고, 자녀들은 부모를 비롯한 웃어른을 공경하며 평안하게 지내도록 모시는 것을 의무이자 책임으로 여겼다. 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마음을 사로잡으면 몸은 어디 가겠는가?’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현재 몽골은 1960년대에 러시아 문화가 급속하게 유입되고, 1990년대에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면서 여러 외국 문화의 범람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전돼야 할 전통적인 효 사상도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효 문화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할 수는 있지만, 올바르고 고상하게 변하지 못하고 전통을 잃을 정도로 저속하게 변해가고 있어 안타깝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목축업에 종사하던 유목민들이 도시로 대거 이동하고, 대가족 제도가 점차 사라져 핵가족화되면서 부모를 잘 섬기는 전통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됐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여러 세기 동안 이어져 온 몽골의 전통 효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는 어버이날 같은 한국의 기념일이 인상적인 이유다. 물론 몽골에도 이런 날이 있다. 6월 1일 ‘어머니와 자녀의 날’인데, 아버지도 포함시켜 한국과 같이 가정의 날로 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화가 된 오늘날, 국가 간에 모범이 되는 우수한 문화는 서로 나누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생활양식, 문화환경이 바뀜에 따라 사회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계속 존속할 것이므로 효라는 관념은 변함없이 바르게 정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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