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사람을 수수방관하는 ‘오불관언(吾不關焉)’ 현상을 두고 중국에서는 ‘도덕적 마지노선’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달 초 중국 광둥(廣東) 성 둥관(東莞)의 한 상가에서 브라질 청년 한 명이 집단 린치를 당했다. 그는 눈앞에서 한 중국인 아가씨가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을 보고 의협심을 발휘해 도와주려다 소매치기 패거리에게 몰매를 맞았다. 도와달라는 그를 외면하고 많은 중국인은 소매치기 패거리가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지켜만 봤다. 머리에 열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은 이 청년은 홍콩 밍(明)보에 “이곳에서 3년을 살아 많은 이들이 나를 알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며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윈난(雲南) 성에서 수박을 잔뜩 실은 화물차가 고속도로에서 전복돼 찌그러진 차에 운전사가 갇힌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사고 현장을 본 사람들은 갇힌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박을 줍느라 바빴다. 마침 현장을 지나던 TV 방송기자가 이 현장을 영상에 담았다. 기자가 “당신은 이 상황에서 수박을 주워갈 생각이 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중년 남성은 “어차피 쓰레기로 버려질 텐데 잘 활용하는 게 무엇이 나쁘냐”고 되물었다. 갇힌 운전사는 결국 숨졌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지난해 10월 광둥 성 포산(佛山)의 한 재래시장 골목길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뺑소니차에 치여 쓰러진 2세 여자아이를 무려 18명의 행인이 그냥 지나친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25일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중국 언론에는 당시 영상이 다시 등장했다. 여전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지난해 기자도 베이징 한복판에서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 오토바이와 승용차의 충돌 사고로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팔이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구경꾼 수십 명이 사고 현장을 둘러쌌지만 아무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40여 분 만에 구급차가 올 때까지 그는 신음을 내며 도로 위에 누워 있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중국 내에서는 ‘무관심병’ ‘냉담병’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국에는 어떤 형태든 자기에게 불리해질 수 있는 일에는 얽히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이라는 풍토가 만연한 듯하다.
나아가 남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는 황당한 상황도 발생해 이런 풍토를 부채질한다. 지난해 톈진(天津)에서는 거리에서 쓰러진 노인을 부축해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도리어 범인으로 몰린 일이 발생했다. 당시 길가의 CCTV가 아니었다면 그는 꼼짝없이 죄를 뒤집어쓸 뻔했다. 이런 보도를 볼 때마다 중국인들이 왜 ‘볘관셴스(別管閑事·한가하게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라는 말을 자주 쓰는지 이해가 간다.
최근 중국에서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지 않는 경우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자신에게 특별한 부담이나 피해가 오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외면할 때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어느덧 법의 손까지 빌리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덕적 위기감이 크다. 중국의 맹자는 일찍이 ‘측은지심’을 사람의 본성으로 꼽았다. 인간에게는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이 태어날 때부터 있다는 것이다. 맹자의 후손인 현대 중국인들이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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