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TALK’]<15>유학생의 연어 본능

김병희 교수 제공

교육과학기술부는 2020년까지 세계 각국의 우수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과부가 2004년 수립한 외국인유학생유치정책(Study Korea Project)을 발전시킨 내용으로, 세계 각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여 한국 고등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0만 명을 유치하면 계획대로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까. 한 세기 전 유학 안내광고에서 작은 생각의 집을 지어보자.

도쿄데이코쿠(東京帝國)대 광고(매일신보 1911년 10월 4일)는 ‘동경유학안내’라는 헤드라인으로 유학을 권고하고 있다. “본학(本學)은 국가의 수요에 응(應)하난 문과의 학술을 교수(敎授)하야 기(其) 온오(蘊奧·깊고 오묘함)를 공구(攻究·연구)함으로써 목적(目的)”한다고 하면서 도쿄 유학의 필요성을 다소 거창하게 설명했다. 당시 도쿄데이코쿠대 문과대에서는 철학과 문학과 사학과를 3년제로 개설해 문사철 위주의 교과과정을 꾸렸음도 확인할 수 있다.

도쿄데이코쿠대의 이 광고가 나간 다음 매일신보에는 와세다(早稻田)대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 고쿠가쿠인(國學院)대 릿쿄(立敎)대 메이지(明治)대 니혼(日本)대, 호세이(法政)대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 같은 여러 대학으로 유학을 오라는 광고가 줄을 이었다. 1945년 9월 미군정이 시작된 이후 간헐적으로 혹은 폭발적으로 계속된 미국 유학 열풍과 흡사하다. 오늘날엔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우리의 초중고교생도 늘고 있다.

유학이란 문자 그대로 잠시 머무르며(留) 공부하는(學) 것. 바꿔 말해서 공부를 마치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유학하는 동안 별문제가 없었다면 그 나라에 친근한 감정을 느끼리라. 일본이나 미국 유학파가 그 나라에 좋은 감정을 갖는 것은, 바꿔 말해서 그 나라의 유학생 정책이 성공했다는 증거다. 그런데 우리 경우에는 한류열풍에 따라 친한(親韓) 감정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반한(反韓) 감정을 갖고 돌아가는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돌아가도록 섬세하게 배려하는 유학생 정책이 20만 명이라는 양적 성과보다 중요하다. 그들은 연어처럼 돌아가 본능적으로 호감 또는 비호감의 알을 낳기 때문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