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팔순을 넘은 분들도 정정하셔서 ‘100세 시대’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예전에는 환갑만 돼도 천수(天壽)를 누린다며 잔치를 벌이던 걸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2010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생명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0세를 넘었고, 현재 80세인 여성의 기대여명도 9.8년에 이른다.
장수는 축복이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오랜 염원이었고, 장수는 오복 중에서 으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장수, 즉 수명 연장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수명이 조금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100세에 이른다면 경제적 준비 없이는 축복이 아닌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한창 일할 나이인 30, 40대에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의 부담에 짓눌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가구의 비율이 38.4%에 이른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 즉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4050 세대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총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이들은 물려받은 재산 없이 부모 부양 의무와 주택 마련, 자녀 교육의 3중고 속에서 살고 있다.
100세 시대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또 사회 진출 시기는 평균 30세 이상으로 높아졌고, 결혼연령도 남자 31세, 여자 29세로 늦어진 반면 은퇴연령은 예전과 동일하다. 가계부채는 크게 늘고 있고 저축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제 100세 시대 준비는 시급하고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노후 대비는 하루라도 빠를수록 좋다. 경제적 대비 수단은 저축과 투자 등 다양하다. 자산이나 소득수준을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 노후 준비의 목적을 감안할 때 가장 확실하고 안심할 수 있는 수단은 연금보험, 그중에서도 종신연금이 정답이다. 종신연금보험은 자신이 원하는 때부터 살아 있는 동안 평생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신연금보험은 정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후복지 문제를 개인이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연금학회 연구에 따르면 연금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를 현행 4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장기 연금 수령에 대해 특별공제를 신설할 경우 정부의 세수는 1800억 원 줄어든다. 반면 이 세제 혜택 확대로 연금보험 가입이 늘어나면 정부는 무려 3조5000억 원의 재정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세제 혜택 효과로 가입률이 현재의 12%에서 선진국 수준인 24%로 증가하면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지출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기 위해 현재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고령화는 우리 눈앞까지 다가온 심각한 문제다. ‘편안함을 누리더라도 위험한 때를 항시 경계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지혜가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하기 위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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