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노약자들이 경사 급한 계단 대신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시설이다. 그런데 이 엘리베이터에도 탑승 순위라는 걸 매겨야 할 것 같다.
며칠 전 지하철 승강장을 지나면서 엘리베이터 앞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을 보았다. 엘리베이터를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우르르 타는 것이었다. 먼저 탑승시켜야 할 장애인은 모두들 나 몰라라 했다. 그 장애인은 엘리베이터가 두 번이나 오르내리도록 타지 못하고 있다가 사람이 뜸해진 세 번째에야 겨우 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못 타면 큰일이나 날 것처럼 앞사람을 밀쳐가며 기를 쓰고 탄 사람은 대부분 50, 60대였다. 100세까지 사는 요즘 기준으론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정정한 분들이다. 엘리베이터가 저승 가는 엘리베이터였어도 이럴까 싶었다. 자신들이 노약자의 1순위라고 여기는지 양보에는 특히 인색했다. 하지만 노약자 시설의 배려 대상은 노인보다는 장애인이 먼저 아닌가. 지하철 엘리베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용 순위를 모르는 분이 많으니 씁쓸할 뿐이다.
양보에 인색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 ‘장애인 먼저!’라는 문구를 아주 크게 써 붙여 놓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알림 문구 없이도 서로서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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