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의 ‘긴 고민’ 국민 피로감 키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어제 부산대 강연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관해 “만약 정치를 하게 되면 저를 통한 사회적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저에게 던지는 과정에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발언은 4월 4일 대구 경북대 특강에서 “(대선 출마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큰 진전이 없다.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국 흐름을 살피며 기회를 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여야 간에 상대방의 유력 정치인을 두고 한쪽에선 10년째 어떤 분의 자제라고 하고, 상대방에는 싸잡아서 좌파 세력이라고 공격한다”며 “여전히 정치가 낡은 구체제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정치권의 구체제를 뛰어넘어 미래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가 자신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 원장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에 대해 “진보정당은 기성정당보다 훨씬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는 정도로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갔다. 통진당의 종북(從北) 논란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이 인권, 평화를 중시하는데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정당이나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옳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여론의 추세로 보아 통진당 당권파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안 원장은 이번에도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부산 강연도 그가 작년에 전국을 돌며 진행했던 청춘콘서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설 마음을 굳혔다면 이제 국정 전반에 대한 소신과 정책 방향,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 강연에서 책 서문 같은 말을 몇 마디 하고 들어가거나 한참 있다 영화 예고편 하나 보여주듯이 몇 마디 하는 식의 ‘위로 전문가’ 역할은 대통령의 자질과 거리가 멀다.

안 원장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쌓여가면서 지지율도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그가 정말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다면 분명하게 의사를 밝히고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 검증과 심판이 기다리는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사설#대선#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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