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시장과 윤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국 유타 주의 한 여성이 아들 학자금 1만 달러를 받은 대가로 이마에 온라인 카지노의 웹사이트를 광고하는 문신을 새겼다. 이런 사실은 당신을 괴롭게 만드나?

한 자선단체가 약물 또는 알코올 의존 여성들이 불임이나 장기피임 시술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현금 300달러를 줬다는 것은 어떤가. 실제로 4100명에 이르는 여성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중요하면서도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최근 저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이런 사례들을 인용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미국사회가 깊은 통찰 없이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시장에 의존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는 대선의 해에 잠복한 논쟁 중 하나다. 밋 롬니 후보를 포함한 공화당원 대다수는 자유방임 시장이 최적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데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시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신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셈이다. 오염세를 부과하는 것은 오염물질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는 것보다는 거부감이 덜하다. 버스 옆면에 광고를 싣거나 지하철역에 특정 상표의 이름을 붙이는 것 또한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얼마나 더 이 길로 나아가길 원하는 것일까?

캘리포니아 주 샌타애나의 감옥에 수감된 재소자가 청소비용으로 하루에 90달러만 내면 자신의 감방을 더욱 깨끗하게 쓸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은 정당한가? 미국은 정말로 이민 비자를 판매해야만 할까? 외국인들은 50만 달러를 내면 미국으로 이민 올 권리를 살 수 있다. 매사추세츠 주는 공원에 특정 기업이나 상품 이름을 붙이는 것을 허락하는 제안을 (굳이) 해야만 했을까? 재정난에 허덕이는 마을은 차에 광고를 붙이는 조건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경찰차를 받아들여야 할까?

샌델 교수는 책에서 “모든 것을 자유주의 시장경제화하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이 갈수록 더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썼다.

“우리는 다른 위치에서 살고 일하고 쇼핑하고 논다. 우리 아이들은 각자 다른 학교를 다닌다. 하지만 그건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좋지 않고, 삶의 방식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우리는 모든 것이 판매품으로 팔리는 사회를 원하는가, 아니면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상품이 있는 사회를 원하는가?”

이런 주제들의 핵심은 ‘공정성’이라 할 수 있다. 최근까지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계속돼 왔지만 시장주의의 확산이 더 폭넓고 구조적인 불평등을 양산한다는 데에는 거의 얘기가 없었다.

물론 우리는 시장에 경계를 둔다. 예를 들어 나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남의 다리를 잘라낼 권리 같은 건 살 수 없다. 피를 파는 경우는 있지만 신장 같은 장기를 시장에 내놓고 팔지는 못한다. 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4만 달러 저녁식사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접근할 기회를 살 수 있다. 물론 그들도 자유훈장(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은 살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의 역할에 대해 어디까지 한계를 그어야 할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확실한 것은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이 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부가 야구장 명칭사용권을 공적재산이라는 이름 아래 경매에 부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언짢다.

우리는 불평등이 너무나 만연한 국가에 살고 있다. 가장 부유한 1%의 사람들이 하위 90%만큼의 재산을 가진 그런 세상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아직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이다. 가장 고귀한 권리인 평등은 값으로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시장#윤리#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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