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자금과 관련해 아파트의 원주인 경연희 씨가 “2009년 1월에 전달받은 100만 달러(약 13억 원)는 정연 씨의 아파트 구매 자금이 맞다”고 검찰에서 시인했다고 한다. 경 씨는 “은모 씨를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달러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정연 씨의 아파트 값 140만 달러가 박연차 회장에게서 나온 돈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 아파트 값은 240만 달러였고 박 회장은 “차액 100만 달러는 내 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100만 달러를 누가 어떻게 마련한 돈인지 밝혀내는 게 수사의 관건이다. 정연 씨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사법연수원생 곽모 씨와 결혼해 양가의 도움으로 마련한 서울 마포구의 79m²(약 24평) 전세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28세에 결혼할 때까지만 직장생활을 한 정연 씨가 2007년 9월 미국 아파트를 사기까지 13억 원을 스스로 모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정연 씨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는 그의 자살로 종결됐지만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소권은 시효가 남아 있다. 정연 씨의 남편 곽 씨는 2월 말 페이스북에서 “이야기가 사실이라 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이다. 이미 자신의 행위책임을 넘는 충분한 형벌을 받은 것이다. 저는 이 사건에서 인간의 용렬함, 그리고 잔인함을 본다”며 아내를 감쌌다.
진보좌파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이명박 정부의 정치 보복에 의한 타살’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받았던 엄청난 뇌물 액수에 비하면 13억 원은 작은 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진보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떳떳하지 못한 돈을 받았다면 법의 심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10일 이후 정연 씨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 씨 측에 현금 1만 원짜리로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경기 과천시 지하철역 부근에서 건네줬다는 ‘선글라스 낀 남성’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설도 있다. 청와대 관련 인물이 환치기 범죄에 관여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판에 검찰이 어떤 이유로도 사실 규명을 외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