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중국의 검열, 구글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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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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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빅맥’의 검색이 막혔다. ‘관련 법률법규와 정책에 근거해 검색결과는 보여줄 수 없습니다’란 표시만 나온다. 여배우 장쯔이가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애플데일리라는 신문 1면 톱기사로 실렸는데, 그 바로 위에 KFC의 빅맥 광고가 엄청 크게 실렸기 때문이라고 차이나디지털타임스(CDT)는 추정했다.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CDT를 중국에선 물론 볼 수 없다. 인터넷 검열의 ‘만리장성 방화벽(Great Firewall)’ 때문이다.

▷중국에서 구글 사이트로 들어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를 검색하면 관련내용이 줄줄이 뜬다. 반면 비판적 매체인 ‘남방주말(南方週末)’을 찾으면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라는 표시와 함께 돌연 먹통이 돼버린다. 커서도 꼼짝 않고, 화면을 껐다가 켜려 해도 소용없다. 컴퓨터 앞에 앉은 사람한테 1분 30초의 먹통은 천년만큼 긴 시간이다. 중국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알려는 누리꾼은 이런 벌을 받은 뒤에야 구글 메인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중국의 횡포에 구글이 용기 있게 반기를 들었다. 2일 0시(현지 시간)부터 중국에서 구글 검색 창에다 중국 정부가 차단한 단어나 웹사이트 홈페이지를 치면 ‘이 단어(또는 웹사이트)는 중국 정부에 의해 접속이 차단되고 있습니다’라고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구글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다신 구글 안 쓴다”며 이를 갈던 누리꾼이라면 자국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 수 있게 됐다.

▷2006년에 중국에 들어간 구글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며 2010년 중국 내 업무를 중단하고 홍콩으로 철수했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에서 중국 구글을 치면 홍콩 구글로 연결되고, 만리장성 같은 방화벽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 중국 내에서 자체검열을 통해 중국 정부와 별 마찰 없이 사업을 해온 바이두나 야후, 빙과는 다른 구글만의 용기였던 셈이다. 세계가 중국의 정치변동에 주목하는 지금, 구글은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억압을 폭로함으로써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모양이다. 물질적 풍요에 만족해 정치적 시민적 자유를 포기하다시피 한 중국인들은 언제 구글처럼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중국#구글#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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