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감소 속 무역흑자 걱정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무역수지가 2∼4월에 이어 5월에도 24억 달러 흑자를 냈다. 하지만 최근 흑자는 선진국 경기가 나빠 수출이 늘지 않는 가운데 국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결과로 얻어진 ‘불황형 흑자’다. 수출이 석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1∼5월 전체로는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잘나가던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은 35.7% 감소했다. 수입 역시 석 달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우리에겐 국내 민간소비와 투자가 왕성해져 수입이 늘어나고 수출은 더 많이 증가하는 ‘선순환형 흑자’라야 좋다.

5월 수출은 3대 시장인 중국(―10.3%) 유럽연합(EU·―16.4%) 미국(―16.5%)이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EU는 끝을 모를 재정위기에 빠져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중국마저 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 8.1%에 이어 2분기 7%대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4%에서 8.2%로 낮췄지만 경기부양책이 없으면 정부 목표치 7.5%에 미달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24.2%에 이르는 한국은 수출과 성장이 크게 위축된다.

장차 한국 경제가 먹고살아 갈 신(新)성장 산업의 출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보기술(IT) 같은 기존 주력산업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부품 소재 산업은 성장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취약하다. 신흥국이 당분간 따라잡지 못할 하이테크를 기초로 한 새로운 기반산업을 발굴하지 못하면 한국의 성장 신화도 빛을 잃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IT와 의료를 결합한 U헬스, IT 분야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정보보호, 생물유전자원 등을 꼽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물가, 가계부채, 금융시장 등 4대 불안요인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킨다고 지적하고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으려면 민간 부문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의 충격을 줄이려면 내수를 키워야 한다. 정부가 정치적 갈등을 꺼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거의 추진하지 못하는 바람에 내수 확대는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성장과 일자리, 경기를 불안하게 하는 주요 원인은 해외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다.
#무역수지#불황형 흑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