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문]‘니트족’이여, 직업훈련부터 받자

  • Array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이병문 고용노동부 서초고용센터 기업지원과장
이병문 고용노동부 서초고용센터 기업지원과장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은 금년 2월 외신이 전했던 그리스 아테네의 거리 풍경이다. 그리스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하나의 장면으로, 이는 필자를 경악하게 했다. 그 장면은 민주주의와 서구 문명의 뿌리이자 한때는 세계 최고의 문명을 꽃피웠던 바로 그곳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도 아테네에서는 도시 생활을 견디지 못해 귀농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젊은이들의 현대판 ‘오디세이의 방랑’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를 전후한 시기에 급증했던 가족 해체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5월 2일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월 기준으로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20%를 넘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각각 50%를 넘고 있다. 3월 기준 유로존 전체 실업률은 10.9%로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대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가 당선된 것은 독일과의 공조체제에 대한 우려 등 세계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스의 정국 불안도 변수다. 미국도 한동안 개선의 기미를 보이던 고용시장이 주춤하며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용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그러면 국내의 고용시장은 어떤가.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약하나마 국내 고용시장은 최근 3개월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업률도 3.5%로 지표상으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도 많은 부분이 개선됐고, 세계적인 고용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률은 8.5%로 여전히 높고, 직장에 다니지도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으며 직업을 찾기 위한 구직 노력도 하지 않는 100만 명이 넘는 ‘니트족’은 심각한 상태다. 그들은 실업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일선 고용노동행정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는 한마디로 요약이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각종 공공단체 등에서 실업자 대상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참여자 모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렵게 참여자를 ‘모셔 와도’ 끝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수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공직업훈련도 마찬가지다. 3개월에서 1년 사이에 걸쳐 전액 무료로 훈련을 받고, 월 31만6000원의 훈련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수료 후 높은 취업률이 보장되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의 경우마저도 훈련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고용시장의 안정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고 소망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정부와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에 따르는 규제 조항 등 장애요소를 제거해야 하고,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근로자들이 상위의 괜찮은 일자리로 이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하여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가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급선무는 취업을 하든, 훈련을 받든 니트족이 먼저 움직여줘야 한다. 젊은이들이여! 젊은 날을 그냥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다.

이병문 고용노동부 서초고용센터 기업지원과장
#니트족#그리스#스페인#실업#고용시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