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몰려오는 불황 공포’ 대선 공약도 다시 살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아시아 증시가 어제 급락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의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럽 미국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수출이 3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우리 정부는 올해 3.7%로 잡았던 경제성장률 공식 전망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장 부진에 따른 세수(稅收)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경우 국가부채가 늘고 재정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19대 국회에 구조개혁이나 재정적자 축소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차별 개선과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차단에 중점을 두었고, 민주통합당은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예산투입형 복지 확대를 앞세웠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어제 민주당 의원연찬회에서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을 함부로 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쫓아올 수 없는 과감한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119조 2항을 근거로 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한국선진화포럼에서 “균형 있는 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해 시장의 제도와 규칙을 민주적으로 정하자는 것”이라며 ‘시장의 민주적 통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가의 시장 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인식해 ‘정부 실패’를 부르고 경제 침체를 가속화할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공약대로 재벌 해체를 단행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기업 경쟁력에 큰 손상을 입힐 것이다. 각 정당이 약속 이행 차원에서 입법을 서두르는 총선 공약은 물론이고 올해 대선 공약까지 다시 점검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어제 한국경제연구원이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은 소비자 주권과 경제활동의 자유”라고 지적했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우리 사회는 ‘민주화’라는 말만 붙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경제적 민주화의 궁극적 귀결은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전체주의”라고 경고했다. 친(親)시장경제 원리로 성장을 추구하면서 소득격차와 사회적 약자 문제는 사회 정책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은 경제적 자유보다 사회적 연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이 지경이 됐다. 잘못된 길인 줄 뻔히 알면서 그 길로 갈 수는 없다.
#사설#유럽 재정위기#경제 불황#대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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