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창희]북핵 억제 위해 한일 안보협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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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작년 1월 한일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 논의된 한일 안보협력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배경에는 물론 북한의 막무가내식 미사일 발사와 계속되는 도발 위협이 있다. 그러나 이 현안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고 이미 양국 간에 해묵은 미결과제였다. 한일 양국의 평화유지군이 해외에서 활동할 때 급하게 서로 물자를 융통해야 할 경우가 있다. 해적으로부터 우리 상선을 보호하는 해군 함정이 공해 상에서 급유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역으로 일본 해상자위대에 의료 지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아이티와 동일본 대지진의 재난 구조 활동에서도 양국이 필요한 물자를 서로 주고받으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에는 물자를 교환할 수 있는 협정이 없어 분초를 다투는 구호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태국과 이스라엘 등 10여 개국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나 정작 일본과는 협력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중국과도 체결을 추진하는데 일본은 이제야 발걸음을 떼려하는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옛 공산권인 러시아와 폴란드 등 24개국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등 무려 13개국과 새롭게 체결을 준비 중이다. 가장 가까운 일본과 정보 교류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일본은 작년에 지상의 30cm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리는 이제 겨우 전력화를 시작한 공중조기경보기도 일본은 10여 기나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 수준의 대북 정보력을 갖추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한일 양국은 불행한 과거의 족쇄에 발이 묶여 제대로 된 안보협력을 해본 적이 없다. 유럽에서는 오랜 숙적 관계인 독일과 프랑스가 나란히 나토군의 일원이 돼 다양한 안보 협력을 하고 있다. 양국이 경제와 문화면에서는 밀접한 교류를 하면서도 안보 협력이 전무한 것은 우선 일본 측의 책임이 크다. 일본은 20세기 초 불법적인 강점으로 우리 민족에게 깊은 상처를 준만큼 성의 있는 반성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극소수 우익 정치인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에 양국 간 안보 협력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주저앉곤 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일본 우익세력에 우리가 날개를 달아줄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다. 일본은 세계 1위 수준의 국가부채 비율, 돌이킬 수 없는 노령화, 대지진의 빈발로 사회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재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한 100년 전의 일본과 현재는 모든 상황이 역전돼 있다. 일본이 재무장해서 한반도와 대륙을 향해 칼끝을 겨눌 것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우려다. 한일간 안보 협력을 시작하면 북한과 중국 간 협력이 강화돼 신(新)냉전 구도가 부활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대놓고 북한에 식량과 원유를 지원하고 비밀리에 군사기술까지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원해도 헌법상 제약 때문에 일본은 정보 제공과 물자 지원밖에 못할 것이기에 북-중 협력에 비하면 걸음마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발상을 달리해서 접근할 때가 됐다. 일본과의 갈등 문제와 협력 사안의 분리 대응이 필요한 때다. 우리도 이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내 중견 국가로 성장한 만큼 과거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미래지향적 관계를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본과 필요한 협력은 추진하면서도 일본의 부당한 주장은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보다 성숙한 대일외교를 주문해 본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남창희#북핵#한일 안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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