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위성 3호가 촬영한 첫 위성영상이 곧 공개될 예정이다. 몸이 열 냥이면 눈이 아홉 냥이란 말이 있듯 눈은 신체의 중요한 일부다. 아리랑위성 3호의 발사 성공으로 ‘국가의 눈’이 하나 더 생겼다. 2006년 발사된 아리랑위성 2호보다 훨씬 밝은 눈을 가진 아리랑위성 3호는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원리의 고성능 전자광학 카메라로 지구를 관측하는 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이다. 아리랑위성 3호는 2호와는 달리 향상된 기동 성능을 사용해 여러 지역의 영상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우주 개발에 한참 뒤졌던 우리나라는 1990년 중반부터 실용위성 개발을 시작해 아리랑위성 1호를 미국 TRW사와 공동으로 개발해 1999년 발사했고, 아리랑위성 2호는 카메라만 이스라엘 ELOP사와 협력해 개발했다. 이번에 발사된 아리랑위성 3호는 위성 전체를 국내 주도로 개발한 것이다. 위성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위성기술의 기반을 모두 닦은 셈이다. 아리랑위성 1, 2호 개발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기술 기반과 예산 확보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8년이라는 긴 세월을 투자한 결과 해상도 0.7m급 광학관측위성을 국내 기술 주도로 개발해 운용하게 됐다.
초속 8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부산에서 신의주 정도 떨어진 먼 곳의 사진을 찍어야 하기에 빛을 모으는 렌즈(엄밀히 말하면 위성에서는 렌즈 대신 반사거울을 사용)는 구경이 커야 하고 조금만 흔들려도 상이 흐려지기에 위성의 수전증(떨림)을 잘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일반 카메라는 초점 거리가 짧아 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않지만 위성용 카메라는 길이가 길어 우주 환경의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잘 조절해야 한다. 촬영된 영상을 지구로 보내기 위한 통신기술 또한 확보해야 한다. 국제기구에서 할당한 관측위성용 주파수 대역은 최대 340MHz로 위성 데이터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간 압축기술로도 모자라 이중편파를 이용한다. 이는 승객을 정원의 4, 5배 더 태우고 2층으로 얹어 운행하는 꼴이며 앞으로는 이도 모자라 4층으로 포개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아리랑위성 3호를 개발하면서 이런 어려움을 완벽하게 해결한 것은 아니나 우리의 능력과 한계를 동시에 알 수 있게 해준 귀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재산이다.
국내 주도로 개발된 실용위성인 아리랑위성 3호의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 위성 개발 분야에서 또 다른 기술 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독점 기술인 우주광학기술 분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거나 극복될 수 없다. 경험 많은 우수한 기술자뿐 아니라 노련한 숙련공의 손끝 기술도 중요하다. 특히 우주용 고해상도 카메라 분야는 시장이 작아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소수 정예 기술자 중심의 꾸준한 장기 투자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리랑위성 3호 개발을 통해 확보한 인적 자원과 개발 인프라의 유지 발전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리랑위성 3호 영상을 이용해 환경 관측과 농작물 작황, 산불 피해 분석 등 국가 재난관리 업무에 필요한 위성영상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터내셔널 차터(International Charter·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영상을 무상 공유하는 국제기구) 활동을 통해 홍수, 가뭄, 지진 등 재해재난 발생 지역의 위성영상을 제공해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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