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합연구소 데라시마 지쓰로 이사장은 6일자 본보 인터뷰에서 “일본은 왜곡된 복지로 급격히 피폐해지고 있다”면서 “한국도 천천히 일본식 쇠망의 길을 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현실화하려는 듯 올해 발표된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직간접 비용이 572조 원(연평균 114조 원), 새누리당 공약에는 281조 원(연평균 56조 원)이 들어간다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공약 실천에 164조7000억 원, 새누리당은 75조3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기업 등 민간 부문에 떠넘기는 사업까지 합하면 각 당 주장의 3배가 넘는 돈이 든다. 정부는 양당의 복지 공약에 5년간 총 268조 원이 소요된다며 정치권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도 민간 부담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정부 재정과 민간이 떠안는 복지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양당은 지금까지 국민의 추가 부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지거나 공개한 적이 없다. 한경연은 민주당 공약을 실천하려면 국민 1인당 조세 부담을 연간 120만∼355만 원, 새누리당 공약을 위해서는 109만∼123만 원 늘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추정치의 중간값으로 계산하면 양당의 복지공약을 위해 국민 한 사람당 353만 원, 중복 사업을 제외해도 300만 원 안팎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공약이 없어도 내년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 예상치가 540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300만 원을 더 얹으면 국민의 담세능력을 벗어나 각종 무리와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돈보따리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는지 세금 쓸 궁리에만 매달렸다. 누가 먼저 복지정책을 내놓았는지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정치권은 ‘복지 확충’이라는 단어를 꺼낼 때 반드시 ‘국민 부담 증가’라는 단어도 함께 말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한국은 2009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넘겼으나 최근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에 따른 불황의 파도가 다시 닥쳐오고 있다. EU 미국 중국 등 3대 수출시장의 성장세 하락은 우리 경제성장 및 일자리창출 둔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올해 국가 예산을 편성할 때 4.5% 성장을 예상했으나 지금 성장률 전망치는 3.4%로 낮아져 세수(稅收) 부족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이런 국내외 경제 현실에 눈감고 선거를 의식해 과도한 복지공약 경쟁에만 급급하다.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올리면 손해고, 세금으로 뿌려지는 복지를 받아먹는 게 낫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면 어느 나라도 버텨낼 수 없다. 국민도 ‘공짜 복지’ 포퓰리즘에 넘어가 표(票)를 던져주고 뒤늦게 땅을 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