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가 박근혜 의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국가관을 이유로 의원을 제명한 적이 있느냐”며 “아주 악질적인 매카시즘(공산주의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여론이 나빠지자 “두 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자격심사를 통해 의원직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과 상충된다. 이 후보의 발언을 계기로 김한길 대표 후보도 ‘색깔론’ ‘공안정국’ 운운하고 나섰다.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은 과거 종북(從北) 활동을 한 적이 있지만 사법적 처벌을 받았고 사면 복권된 이상 국회가 전력(前歷)만으로 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을 추진할 수는 없다. 19대 의원들 중에 종북주의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 사실 두 의원만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만으로 아무나 처벌할 수는 없다. 두 사람이 유독 제명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종북주의 국가관 때문이 아니라 반(反)민주적 선거조작이라는 부정행위를 통해 의원 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두 의원의 선거조작 행위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 정치적 결정이 꼭 대법원 판결로 사건이 확정되기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다. 이 후보는 두 의원의 제명이 통진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의 지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두 의원의 투표 조작은 그들을 비례대표로 뽑은 통진당 스스로 밝혀낸 것이다. 통진당은 두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국회는 제명 절차에 착수할 충분한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볼 만하다.
헌법 제64조에 따른 의원 제명은 어떤 행위가 대상이 되는지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의원 제명은 국회의 전적인 자율에 속한다. 의원이 되기 전 행위는 어떤 것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주장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자율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의원이 되는 과정의 반민주성 때문에 제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가 형식논리에 구애되지 않고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해 판단할 일이다.
이석기 김재연 두 사람이 이름모를 보통 서민으로 살아간다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그 생각만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한다.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인권 보호를 지키겠다는 약속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이나 주민의 인권 유린, 핵무기 개발과 남(南)을 향한 도발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며 헌법적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다. 북의 체제와 도발을 감싸거나 편드는 발언과 행보는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난다. 의원의 국가관을 검증하는 것은 이해찬 후보의 주장처럼 매카시즘이 아니라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석기 김재연 임수경의 非상식 뻗치기
이런 관점에서 통진당의 두 의원과 민주당 임수경 의원이 최근에 한 발언은 헌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 이석기 의원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전술에 따라 결성된 민족민주혁명당의 경기남부위원장을 지냈으면서도 과거 활동을 반성한 적이 없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북한 인권과 3대 세습, 북핵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색깔론’ 운운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종북 논란에 대해서는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큰 문제”라고 되받았다. 대한민국은 미국 등 자유민주국가들과 가치관을 공유해 번영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 덕에 재(財)테크를 해 부자로 사는 사람이 미국보다 주민을 굶겨 죽이는 북한을 따르는 종북이 더 낫다고 강변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김재연 의원은 방송 출연에서 ‘연평도 포격처럼 북한이 공격해도 우리가 참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맞불을 놓으면서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말고 거부하자는 것은 전쟁하자는 얘기”라는 말도 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우리가 주권과 영토를 스스로 지키는 자주국가임을 포기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북한을 의식해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면 ‘나는 종북주의자’라고 자백한 셈이다.
임수경 의원은 탈북자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변절자’라고 비하했다. 김일성 김정일의 폭압에 견디다 못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과 북한인권운동가가 변절자라면 김일성주의에 대한 지조를 지키는 것이 옳다는 얘기 아닌가. 임 의원은 1989년 자신의 불법 방북을 ‘통일운동이자 민주화운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면서 2000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명예회복 신청을 했으니 민주주의가 물구나무를 서야 할 판이다. 반인륜 독재자 김일성을 아버지라 부른 것도 민주화운동이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