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관용]경주와 이스탄불의 만남… 21세기 문화실크로드 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2013년 9월 ‘세계사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린다. 이스탄불에서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도하는 문화행사가 양국 정부의 지원으로 열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역사적 사건이다.

지난달 24일 이스탄불 시청에서 엑스포 개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만 해도 이스탄불은 엑스포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스탄불과 경주를 나란히 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1년 넘는 끈질긴 설득과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성사시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신라 1000년의 문화가 세계와 호흡하도록 하기 위해 1998년 이후 6회가 열리는 동안 97개국이 참가했다. 외국인 100만 명을 포함해 누적 관람객 1000만 명을 기록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는 소중한 꿈이 있다. 고품격 문화테마파크 조성과 문화콘텐츠 수출이 그것이다. 이미 2006년 캄보디아 정부와 공동으로 앙코르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지자체 문화수출 1호’였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이스탄불 엑스포 공동 개최에 역량을 집중한 이유는 문화콘텐츠 수출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이스탄불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지구촌 역사문화도시이기 때문이다.

경주는 한 왕조로 1000년을 이어온 도읍지이고 이스탄불은 동로마와 오스만에 걸쳐 1600년 동안 제국의 수도였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문명의 중심지다. 경주가 한국의 국보라면 이스탄불은 터키의 보배다.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한 실크로드(비단길)의 중심지였다. 외래문화를 토착문화와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이뤄낸 거대한 용광로 같은 곳이다. 이스탄불 경주엑스포는 동서양 문화를 상징하는 두 도시의 만남 자체로 특별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두 도시의 명예를 걸고 열리는 행사답게 품격 높은 문화엑스포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 추진할 것이다. 경주와 이스탄불, 한국과 터키의 문명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기회로 만들 계획이다. 조만간 공동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협력의 틀을 구축할 것이다.

이스탄불 경주엑스포는 한국과 터키의 새로운 교류협력 시대를 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터키는 지금 세계 16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 엑스포는 올해 타결한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양국의 경제적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터키에 ‘형제 나라’다. 6·25전쟁 때는 1만5000명의 병력이 참전하여 900여 명이 자유를 지키다 목숨을 잃었다. 1999년 터키 대지진과 2002년 월드컵 축구 때 보여줬듯이 우리 국민의 터키 사랑도 각별하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가 바로 터키다.

이스탄불 경주엑스포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실크로드, 드넓은 문화 고속도로를 열자. 그 길을 따라 터키와 한국, 아시아와 유럽의 다양한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꽃피웠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내년 9월 이스탄불에서 펼쳐질 지구촌 문화대잔치는 우리나라의 품격과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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