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암 전문 의료기관이 크게 증가하면서 어떤 병원의 암 수술 결과가 더 좋은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은 좋은 병원에서 좋은 진료를 받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유도하는 동시에 국민들이 좋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의료의 질이 높은 병원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아 이른바 ‘카더라 통신’ 같은 구전되는 명성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0년 3대 암 수술사망률을 의료기관별로 평가해 공개했다. 의료기관의 암 수술 성적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함의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동안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대부분의 평가지표는 의료의 질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나 과정지표에 그쳤다. 그런데 암 진료의 질과 가장 관련이 높은 결과지표라고 할 수 있는 병원 내 사망과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으로 암 진료의 질을 평가했다는 데 첫 번째 의의가 있을 것이다.
둘째,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수술 결과가 매우 좋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수술 후 사망자는 100명당 1, 2명인 데 비해 외국은 100명당 4명에서 20여 명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수술 실력이 유수한 국가들과 유사하거나 대체로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위암, 간암,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미국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술 및 치료 수준의 기여도가 매우 높다는 의미다. 국가 암 관리사업이 국가적 계획에 의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영역에 걸쳐 체계를 구축하고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셋째, 일정 수준 이하인 병원에서도 암 수술을 시행하는 것에서 보듯 암 수술 병원이 넓게 산포돼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동시에 수도권 쏠림현상도 문제다. 최근 KTX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좋아지고, 서울에서도 암센터가 크게 증설되면서 암환자들의 수도권, 특히 서울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역 암 환자의 진료 접근성을 확보하고 양질의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2004년부터 전국에 지역 암센터를 지정해 왔다. 이번 평가 결과를 보면 지역 암센터의 진료 수준이 서울지역 암센터에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좀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지역의 유수한 의료기관을 알리고, 암 환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안심하고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역 암센터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넷째, 그동안 학계와 의료계에서 사망률 분석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핵심적인 부분은 진료비 청구자료만으로는 환자의 중증도를 제대로 반영한 결과를 산출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번 결과는 청구자료뿐만 아니라 병원 조사를 병행해 암병기, 동반수술 등을 보완해 환자의 중증도를 반영했다. 미국에서도 병원별로 암 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하기 전과 보정한 후 병원의 생존율 순위가 큰 변동을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청구자료만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난 몇 년간 논의를 통해 그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해 온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 암 전문 의료기관이 암 진료를 할 수 있는 적정한 인력과 시설,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진료지침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평가체계를 구축하려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관인증평가원, 국립암센터 등 유관기관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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