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정훈]김두관 도지사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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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강정훈 부산울산경남본부장
강정훈 부산울산경남본부장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상승세를 탄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대선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계속 나아가야 할까, 아니면 기수를 돌려야 할까. 기자는 재고(再考)가 필요하다고 본다. 회항(回航)이 어려운 유력 주자에게 무슨 시비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지사직 중도사퇴는 중대한 약속 파기다. 초선 도지사인 그는 임기 4년 중 절반을 소화했을 뿐이다. 달리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것도 아니다.

대선이라는 워낙 큰 판에 휩쓸린 탓일까. 언론도 정치공학에 근거한 분석은 내놓지만 이 문제는 적극 제기하지 않고 있다.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을 포함한 야권은 과거 중도사퇴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으나 이번엔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 역시 입을 다물고 있다. 흠결을 안고 출발하는 김 지사가 상대하기 쉽고, 경남도지사 자리까지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속셈인 모양이다. 자기 식구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비슷한 처지라는 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김두관 지사는 오래전부터 ‘중도사퇴 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민폐(民弊)’를 무릅쓰고 준비한 대규모 출판 기념회는 그 연장선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도민과 약속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도민 70%는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는 말을 계속한다. 짐짓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최근엔 “도민 절반은 도정을 마무리해 주면 좋겠다고 한다”며 수치를 슬쩍 낮췄다. 조금씩 내용을 바꿔 예봉을 피하는 그의 독특한 화법이다. ‘계약 당사자’인 도민이 반대하면 다른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적이 없던 그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후보로 2004년 총선, 2006년 도지사 선거에서 거푸 고배를 마셨다. 2008년 총선 출마 직전엔 ‘더이상 지는 선거는 싫다’며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마저 접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났으나 결과는 패배였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위장 무소속 아니냐”는 지적을 정면으로 부인했던 그는 올해 초 민주통합당 대선열차에 올라타면서 위장막을 걷어냈다. 모두 유불리를 따진 변신이었다. 2년 전 ‘무소속 도지사’를 뽑은 경남도민 상당수는 심사가 뒤틀려 있다.

무엇보다 선거직 중도사퇴는 엄청난 인적 물적 낭비를 불러온다. 도지사 보궐선거에는 200억 원이 들어간다. 도지사 보선에 도전하는 기초단체장 후임을 뽑는 선거 등 연쇄 보선에 수십억 원이 쓰인다. 김두관, 김문수 도지사뿐 아니라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책임은 막중하다.

민주통합당은 향후 중도사퇴를 용인할 작정인지, 목적 달성을 위해 변칙도 괜찮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한 선거전문가는 “성실 재임의 원칙은 법률로 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당연한 것”이라며 “‘한 표가 소중하다’던 당사자가 81만 명의 지지표를 임의로 폐기한다면 주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제주 육성마 목장에는 시정마가 있다. 그는 암말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리며 씨수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는 암말을 차지하지 못한다. ‘사고’에 대비해 복대까지 채워진다. 헛물만 켜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고 수명도 짧다. 김 지사가 소임을 다하고 물러나는 시정마를 자임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분명 잠재력이 있다. 마음이 급해 행보를 잘못하다간 나쁜 선례를 만들고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 장본인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최근 시대정신이라며 스스로 내건 ‘공정’과 ‘공평’은 선언보다는 실천이 관건이다.

강정훈 부산울산경남본부장 manman@donga.com
#민주통합당#김두관#경남도지사#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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