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갈라지는 두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수년간 전략가들은 터키가 기독교 중심의 유럽과 이슬람 중심의 중동 사이의 ‘다리’가 될지 ‘도랑’이 될지를 놓고 논쟁해 왔다. 터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다면 두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이고, 가입하지 못하면 둘 사이를 갈라놓는 도랑이 된다는 뜻이다. 오늘날 터키는 다리도 도랑도 아닌 ‘섬’이다. 분열하고 있는 두 거대한 지정학적 시스템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섬’ 말이다. 냉전 이후 형성된 유로존과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아랍국가 조직은 둘 다 분열하고 있다. 그 양상은 권력에 집착하는 마피아 같은 바샤르 알아사드 패밀리가 시리아에서 저지르는 끔찍한 살인부터 7일 그리스 아침 TV 토크쇼에서 극우정당 대변인이 좌파 여성 의원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다른 여성 패널을 때리는 충격적인 장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터키라는 섬은 이들 세계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가 됐다. 서쪽은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이 자만심에 휘청대고 있다. 이곳 리더들은 단일한 통제권 없이 단일 통화를 유지하려다 너무 멀리 나아갔다. 남쪽에는 쇠락의 무게에 힘없이 바스러지는 아랍연맹이 있다. 이곳 리더들은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통치력이나 현대식 교육을 갖추지 못했다.

단일 통화에 압력이 가해지고 EU가 더 깊은 경기침체에 빠져들면서 유럽인들은 ‘(단일) 유럽 건설’에 실패했다.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예멘도 국가 건설에 실패했다. 이들 모두가 와해될 위기에 봉착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돌려놓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달리 표현하자면 유럽에서는 초국가 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현재는 어느 정도 개별 국가로 회귀하고 있다. 아랍에서 국가 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일부 아랍 국가는 종파, 부족, 지역, 씨족 사회로 회귀하고 있다. 유럽의 초국가적 프로젝트는 개별 국가들이 자국 예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로존의) 중앙기구에 넘길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다. 단일 통화를 뒷받침할 단일한 재정정책 수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랍의 국가 프로젝트도 상당수 작동하지 않았다. 제국주의 세력이 국경을 획정할 때 쪼개졌던 부족, 종파, 씨족, 지역집단들이 진정한 국가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원하지 않았거나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EU엔 많은 시민들이 있지만 초국가적 공동체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아랍에는 국가가 많지만 시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시리아, 예멘, 이라크, 리비아, 바레인에는 자발적 사회계약이 아닌 무력으로 다른 이들을 지배하는 하나의 종파 혹은 부족만이 존재한다. 젊은 반군들은 정당한 권리와 의무, 다민족적인 정당이 있는 국가에서 시민으로 살기를 원하지만 그 토대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훗날 역사학자들이 궁금해할 의문은 두 거대한 지정학적 시스템이 어떻게 한꺼번에 붕괴했느냐는 것일 것이다. 나는 강력한 세계화로의 융합과 정보기술혁명이 그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아랍의 초연결성은 젊은이들이 더 먼 곳을 볼 수 있게 하고 경직된 국가를 무너뜨리는 등 어떤 일에도 소통과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유럽의 초연결성은 일부 회원국의 경제가 얼마나 경쟁력이 없는지, 그뿐만 아니라 얼마나 상호의존적인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치명적인 결합이다. 이토록 다른 문화를 가진 국가들이 서로 연결되고 의존적이게 된다면 결국 그리스 노동자에게 분노하는 독일 예금자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어떨까. 유연한 연방 체제는 초연결적 세계에 적합해 보이지만 이는 거시경제정책이 유효하고, 교육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의 안정적인 섬이 돼야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터키#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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