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번 집권’ 민주당, ‘정치 백지’ 안철수 바라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7월 당 대선후보 경선 룰 확정→9월 중순 당 대선후보 선출→11월 초순 당 밖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12월 대선을 치른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미리부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를 상정하고 대선 플랜을 짠 것이다. 자기 당의 비전과 인물경쟁력보다는 야권연대 또는 후보단일화 같은 정치공학으로 대선 승부를 겨루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대선까지 당 후보를 선출한 뒤 다시 장외 후보와 결선을 붙이겠다는 것은 두 차례 집권 경험을 가진 정당으로서 자존심을 내팽개치는 일이다.

조경태 의원에 이어 손학규 상임고문이 어제 대선 출사표를 냈다. 문재인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출마 선언도 이어질 예정이다. 당헌 당규의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이 개정되면 박영선 이인영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문성근 전 대표도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경륜으로 본다면 안 원장에게 뒤질 수 없는 면면들이다. 그런데도 국민 지지도에서는 모두 안 원장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은 안 원장에게 매달리지만 말고 자당 주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부터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 원장의 인기는 기성 정치권, 특히 야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미래의 비전 제시로 국민의 마음을 얻기보다는 이명박 정권 때리기로 반사이익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나치게 좌클릭 노선으로 가는 바람에 중도의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당내 정파주의와 지역주의가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면서 인물을 키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의 구상에 대해 당내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어 우리 당에서 최강 후보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거나 “미리 단일화 시기를 못 박아 놓으면 자칫 안 원장의 페이스에 끌려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두관 지사는 “국정 운영은 상당히 준비된 세력이 뒷받침해도 힘든데 한 개인이 아무리 탁월해도 국정을 잘 이끌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안 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제1 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강단은 있어야 한다.

이 대표의 플랜은 안 원장에게 ‘늦게 대선 판에 뛰어들어도 좋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미국의 대선 주자들은 1년 전부터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을 알리고 검증을 받는 험난한 과정을 거친다. 불과 대선 한 달 전에 뛰어든 ‘정치 백지(白紙)’를 야권의 대표 후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대선#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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