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0∼2세 무상보육의 예산 부족 사태는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는 재정 상황을 감안해 올해 만 5세 아이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2013년 3∼4세, 2014년 0∼2세 등 순차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국회는 지난해 섣달 그믐날 0∼2세 무상보육을 전격 결정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도 하지 않았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보육에 범국가적 지원을 하는 방향이 옳다고 해도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아동발달 단계를 보면 시설 보육은 0∼2세보다 3∼4세 아이에게 먼저 시행하는 게 맞는데 예산이 적게 드는 0∼2세부터 무상보육을 실시했다. 의원들이 생색을 내고 설거지는 정부와 지자체에 떠넘겼다. 지자체는 국고에서 지원해주는 액수만큼을 0∼2세 보육예산으로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예산을 확정한 지자체로서는 당장 예산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정부에 추가 예산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로선 안 들어줄 묘수가 없다. 정치권이 멋대로 일을 벌여 놓으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뒷감당을 떠맡는 잘못된 선례가 아닐 수 없다.
애당초 설계부터 잘못됐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며 아동수당과는 별도로 유치원에 보육료가 지원된다. 보육료는 부모 소득에 비례해 차등 지급되며 맞벌이 여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부모 소득 및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어린이집에 기본 보육료를 지급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 때문에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기저귀 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다.
원생이 늘어나고 있는 어린이집도 불만이다. 보육료 상한선을 비롯한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탓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들의 ‘보육료 빼돌리기’가 관계당국에 적발됐지만 어린이집들은 반성하기보다는 “정부 보육료를 안 받을 테니 학부모로부터 보육료를 마음대로 받게 해달라”고 역공세를 펴고 있다.
부모들은 보육의 질(質)이 미덥지 못하다. 어린이집 영아 사망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경제 상황도 안 좋은데 예정에도 없던 사업에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도 답답하다. 0∼2세 무상보육은 돈은 돈대로 쓰고, 모두를 패자(敗者)로 만드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의 전형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번 시작된 무상보육은 결코 멈출 수가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