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디젤 엔진 배기가스를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IARC는 발암물질을 5개 등급으로 분류하며 1등급은 ‘암 발생에 충분한 증거’가 있는 물질로 석면 비소 담배 다이옥신 수은 등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디젤 배기가스는 1등급 바로 아래인 2A등급(‘발암 개연성’이 있는 물질)이었다. IARC는 “디젤 배기가스가 폐암을 유발하고 방광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젤 배기가스에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납 등 갖가지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디젤 엔진은 자동차 열차 선박 농기계 발전기 건설장비 등 우리 주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차량 157만8000여 대 가운데 34%인 53만8000여 대가 디젤 차량이었다. 수입차는 절반 이상이 디젤차였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지만 힘이 좋고 연료소비효율이 높다. 고유가(高油價) 시대가 지속되면서 디젤 차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요즘 생산되는 디젤 엔진은 유럽과 미국의 환경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그러나 강화된 환경규제 이전에 생산된 디젤 엔진은 ‘달리는 오염물질 굴뚝’이나 마찬가지다. 휘발유 차량보다 연비도 높고 유해물질 배출량도 적은 ‘클린 디젤’ 자동차 생산을 장려하고, 노후 디젤 차량에 매연여과장치(DPF) 장착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시행하는 유럽 국가들은 디젤 배기가스의 미세 입자를 농도가 아닌 개수(個數) 단위로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세 입자는 인체에 바로 흡수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유해물질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유럽 기준에 맞추기 위해 우리도 올해 안에 개수 단위 규제를 시행하고 배기가스 기준뿐 아니라 연료 기준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속 기준이 미약한 덤프트럭 굴착기 레미콘 등 건설장비, 오염물질 규제가 아예 없는 농기계류에 대해서도 IARC의 새 등급에 맞는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