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채택된 ‘효과적인 개발 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은 18차례에 걸쳐 ‘지속가능(sustainable)’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 세계 정상들이 2000년 협의한 새천년개발목표 또한 ‘지속 가능한 환경 보장’을 7번째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자칫 ‘오랫동안’ ‘계속’ 정도의 평범한 수식어로 읽힐 수 있는 ‘지속가능성’은 국제개발 분야의 핵심 용어 중 하나로 오늘날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개발이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몫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의 표현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복지 실현과 빈곤 퇴치의 명목으로 오늘날 진행되는 마구잡이식 개발과 자원의 남용, 맹목적 경제성장이 후손들에게 더 큰 재앙을 물려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자연환경의 보전이 더 좋은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피상적 환경보호론이 아니다. 오늘날 인류 대부분이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과 선진국형 과소비, 과잉생산이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지구촌 공동체와 미래 세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흔히 국민총생산(GNP)으로 대변되는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경제성장과 더불어 교육, 인권, 공동체의 발전을 통한 사회 발전, 그리고 탄소배출 감소, 종 다양성, 자원 보존, 자연환경 개선 등을 통해 나타나는 환경보호의 균형 있는 추구를 지향한다.
지속가능 발전이란 이처럼 특별히 새롭지도 않고 지성인이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상식적인 내용이다. 문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국제 개발의 주요 기준으로 도입된 지 20년이 넘도록 대부분 국가들의 개발 활동은 여전히 경제성장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가개발계획이나 국제개발협력 정책 수립에 있어 지속가능한 발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 발전과 환경보호를 위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들 또한 빈곤 현상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서비스 전달이나 지역개발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빈곤의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굿네이버스는 기후 변화로 파생되는 빈곤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해외원조의 대안으로 적정기술로 다양한 필요품을 생산해 보급하고 있다. 시민 또한 부의 축적과 개인의 행복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보다 책임감 있는 소비와 사회공헌에 임해야 한다.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Rio+20)’가 개막한다. 세계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새천년개발목표를 강화하는 한편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에 책임 있게 대처하기 위해 지속가능 발전목표를 채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 정상의 불참이 확정적인 데다 야심 차게 시작한 회의 선언문 협상 또한 국익 중심이었던 과거의 국제협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대로라면 위기를 눈앞에 두고도 국제적인 합의의 유일무이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국가의 능동적 참여가 일반 시민의 관심과 실천을 만났을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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