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는 홍릉(洪陵) 근린공원이 있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이곳엔 홍릉이 없다. 세종대왕기념관 영휘원 숭인원 등이 있을 뿐이다. 홍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895년 명성왕후가 일본 자객들에게 시해돼(을미사변) 여기 묻혔기 때문이다. 24년 후인 1919년 고종황제가 승하해 경기 남양주시에 안장했고 여기 있던 명성왕후의 유골도 이장해 합장하면서 그 무덤을 홍릉이라 불렀다. 청량리동의 홍릉은 능은 옮겨가고 지명만 남은 것이다.
▷원래 홍릉의 영역은 지금의 홍릉 근린공원뿐 아니라 인근의 산림청 산림과학원, 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한국농촌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 등의 터를 다 아우른다. 서울 동북부에 있는 거대한 녹색벨트다. 특히 매주 토·일요일에 일반에 무료 개방되는 홍릉수목원은 ‘도심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을 만큼 넓고 아름답다. 국립수목원답게 식생이 다양하며 각종 식물에 대한 해설도 잘돼 있어 가족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2013년 KDI, KIET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그 터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가 들어올 예정이다. 20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20’ 환경정상회의에서 이명박(MB) 대통령 등 8개국 대표는 3년 전 서울에서 발족한 GGGI를 국제기구로 전환하기 위한 협정 서명식을 갖는다. GGGI는 우리가 주도해 세우는 첫 국제기구다. 이곳 홍릉 터에는 GGGI뿐 아니라 녹색기술센터, 녹색성장위원회,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등이 차례차례 이전할 예정이다. 도심 속 녹색공간 홍릉이 ‘녹색성장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것이다. 꽤 어울리는 입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새 국정비전’으로 설정하면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성장은 다음 세대의 먹고 살 거리가 될 핵심 미래산업이며 정권의 부침과 무관하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다만 녹색성장 정책에 ‘MB색’이 너무 짙으면 차기 정부에서 홀대받기 쉽다는 점은 염려스럽다. 장관급 위원장이 있는 녹색성장위원회도 운명이 불투명하다. 녹색성장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슬슬 녹색에서 ‘MB색’을 빼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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