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본용]학업중단 청소년들에게도 희망을 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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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원장
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원장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학교란 어떤 의미일까. 입시 위주의 학업 환경과 이른바 ‘왕따’ ‘빵셔틀’ 등의 학교폭력, 그리고 이어지는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까지. 최근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학교란 청소년들에겐 탈출하고 싶은 ‘감옥’과도 같은 존재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중고교생 10명 중 3명은 한 번 이상 학업 중단을 고민한 적이 있고, 이들 중 11∼15%는 실제로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지역만의 얘기는 아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학업 중단 청소년은 전체 학생의 1.1%인 7만6589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209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난 셈이다. 지난 3년간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은 무려 20만 명에 이른다.

학업 중단의 원인으로는 10명 중 4명이 학교생활 부적응을 꼽았다. 과거에는 가정의 경제적 빈곤이 학업 중단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비행이나 폭력 등 학교생활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이런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의 경우 사회적 안전망이 없어 쉽게 일탈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업 중단 청소년들은 학업 중단 이후 시간이 경과될수록 일탈 행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체계적 관리와 지원이 없을 경우 학업 중단 1년 이내에 비행 등 부적응 현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포기하고 직업을 구하려고 해도 최종 학력이 낮은 데다 진로 정보를 습득할 기회마저 부족해 구직 또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학업 중단 청소년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청소년들은 사회적 안전망 밖에서 각종 범죄의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근로활동을 영위할 가능성 또한 희박해 사회 부적응자로 낙오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업 중단 청소년들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정부는 학업 중단 방지 및 학업 중단 청소년의 사후 관리를 위해 이달부터 ‘학업 중단 숙려제’를 전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학업 중단 숙려제란 청소년이 학교에 자퇴 원서를 제출하면 15일간의 숙려기간을 둬 진단 및 전문상담 등으로 학업 중단을 예방하고, 학업 중단을 하더라도 차후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통로를 알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업 중단 숙려제의 시행으로 앞으로는 충동적으로 학교를 그만두거나 복귀에 어려움을 겪었던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한국청소년상담원은 전국 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함께 학업 중단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업 중단 청소년들의 학업 복귀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기숙형 대안캠프인 ‘성장여행’이다. 성장여행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구조화된 기숙형 대안캠프로 학업 중단 청소년들을 유해한 환경에서 분리해 불규칙한 생활태도를 변화시키는 등 학업 복귀 동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캠프 종료 후에도 사례 관리자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학업 복귀를 위한 직간접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업 중단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의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학업 중단 청소년들의 경우 학교를 자퇴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아’로 낙인 찍혀 사회의 편견과 오해 속에서 방치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들에게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고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줘야 한다. 그 누구보다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만큼 사회의 관심과 지원으로 작지만 소중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희망을 줘야 한다.

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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