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도형]IOC는 올림픽정신 회복위해 손기정 선생 국적 바로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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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김도형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도형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인류 평화의 제전인 런던 올림픽이 개최된다. 올림픽의 환희와 감동 못지않게 4년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무거운 중압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생의 국적이 여전히 ‘일본인’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손기정 선생은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하면서 우승했다. 손기정 선생의 마라톤 우승은 그때껏 넘지 못한 2시간30분대 벽을 깬 것인 데다 나라 잃은 젊은이로서 거둔 업적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훨씬 크다.

손기정의 마라톤 우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제 압제하의 한 젊은이가 세계를 제패하는 순간 일어난 작은 불씨는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불살랐다. 그의 가슴에 붙었던 일장기는 동아일보에 의해 말소돼 게재되면서 ‘일본인 손기정’이 아닌 ‘한국인 손기정’으로 자랑스럽게 기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 공식 기록에는 손기정의 국적이 우승 당시의 ‘일본’으로 돼 있다. 베를린올림픽 수상자 기념비에는 국적이 ‘Japan’에서 ‘Korea’로 바뀌었다가 다시 일본으로 바뀐 일도 있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조직위원회는 폐막식 행사에 손기정 선생과 남승룡 선생을 초청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분의 국적을 ‘Korea’라고 알려주었다. 독일올림픽위원회도 1986년 베를린 올림픽 50주년 기념행사에 손기정을 초대해 메달을 수여했다. 이 시상식에서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한국인 손기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는 손기정의 국적을 ‘일본’으로, 이름도 ‘Kitei Son’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5일 IOC 홈페이지 선수 소개란에 “한국의 손기정(남한)은 1935년 11월 3일에 2시간26분42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세웠다”라고 해 그가 한국인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한국이 일본에 강점되었기 때문에 손기정과 동료 남승룡은 일본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손기정은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다”라고 덧붙였다.

IOC가 손기정에 대한 소개를 일부나마 수정해 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IOC는 공식 이름을 ‘Kitei Son’에서 ‘손기정’으로 바꾸고 국적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고쳐 달라는 우리나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이름과 국적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게 IOC의 입장이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제국주의 지배하에서 치러야 했던 올림픽 경기 때 빼앗겼던 국적과 이름을 되찾아 주는 것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IOC는 하루속히 손기정 선생의 국적과 이름을 바로잡음으로써 자유와 인권을 짓밟았던 제국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고 올림픽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의 제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도형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기고#김도형#IOC#손기정#손기정 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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