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역산하면 오늘은 대선이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날이다. 그럼에도 국회 의석을 양분하고 있는 양대 정당의 대선 후보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여당의 경우 후보 경선의 규칙을 둘러싸고 이미 확립해 시행했던 규칙을 상당한 정치적 합리성에 근거하지도 않은 채 무시하면서, 막연하게 새로운 판을 만드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에 의해 후보 경선 규칙조차 미확정인 상황이다. 제1야당의 경우 자신들이 앞으로 선출할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지레 겁을 먹고 편지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전달하는 한 아마추어 정치가에 대한 짝사랑식 정치적 구애 행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인물-정책 검증 위한 시간 필요
여야를 불문하고 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해 올림픽 경기 일정을 고려하여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림픽 일정 중에 경선을 치르게 되면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6·25전쟁 중에도 대통령 선거를 치러낸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치적 저력을 과소평가하는 가소로운 주장이다. 도대체 올림픽과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내 상황을 고려하면 경선 규칙 등이 정리되고 실제로 경선 과정을 거친 후 후보를 확정하는 것은 아마도 상당히 지연될 것 같다. 정당 내 경선 과정을 거쳤더라도, 러브샷 등 국민의 주목을 끄는 이벤트를 통한 정치세력 간 단일화가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공공연히 주장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선거 하루 전까지도 야당의 진정한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될 것인가는 국민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정치가 공고화된 대통령제 선진국에서 양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투표일 6개월 전까지도 결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의 경우 11월 대선을 위해 1월부터 당내 경선을 시작해 선거 6개월 전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돼 본선을 위해서 경쟁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양대 정당의 대선 후보자가 조속히 결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물과 정책에 대한 검증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국가 진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지도자이기 때문에 리더십 능력도 검증 대상이다. 새로운 정치엘리트를 충원하는 인사권 행사는 물론이고 ‘20-50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강국)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하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이에 걸맞은 대외관계 수립, 남북관계의 전개 등에 관한 정책노선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서 국가 운명이 달라진다. 이러한 정책 현안에 대해 대통령 후보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밝혀 달라고 국민은 요구할 권리가 있다.
후보 단일화와 옹립은 정치구태
대통령 후보 입장에서는 충분한 시간 동안 국민의 검증을 받겠다는 당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것이 대통령 후보의 품격이다. 이벤트를 통한 단일화나 무책임한 인기 영합 혹은 신비주의적 후보 옹립은 21세기 대한민국에 더이상 걸맞지 않은 정치 행태다. 이런 방식의 후보 옹립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통령이 돼 5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할 사람은 검증에 당당히 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혹한 검증에 미리 겁을 먹거나 요행수를 바라고 검증기간을 줄이려고 한다면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12월 대선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정치 리더십 선출을 위한 국민적 정치 에너지 분출은 강력해질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에너지를 배경으로 대선 후보 선출은 정정당당하게 조속히 치러져야 한다. 새로운 정권 탄생 과정이 한국의 민주정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여야 정당과 정치가들이 국민 앞에서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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