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새로운 식물품종을 개발하면 지식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이를 보호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후 국제기구인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하는 등 국내 종자산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제도 도입 전에는 개발 작물이 벼, 배추, 버섯 등 45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34개 작물의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품종도 786개나 될 만큼 활발한 품종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5월 말 현재 국내에서 6000품종이 출원됐다. 이 중 국내 육종가들의 출원은 4500품종(75%)이고, 외국으로부터의 출원은 1500품종(25%)이다. 최근 5년간 출원 품종 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UPOV 전체 회원국 중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원 품종의 증가가 갖는 의미를 몇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식물 신품종도 지식재산권 대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고 또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품종 보호 출원 중에는 국외 육성 품종도 많다. 이는 외국에서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품종보호제도를 신뢰한다는 의미다.
둘째, 이용자인 농업인 및 재배가의 입장에서 국내 육성 품종뿐만 아니라 국외 육성 품종까지 선택 범위가 크게 넓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경영 상황에 맞는 가격과 품질을 가진 품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외국의 품종을 이용할 때 로열티 문제를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수한 품종이 많아지면 결국 품종 간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 된다.
셋째, 육종가들이 육성하는 작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종보호제도를 규정하는 종자산업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국내에는 법적 대상작물이 45개로 제한돼 있어 육종 상황이 매우 저조했다. 하지만 1998년 법 시행 이후엔 육종가들이 다른 많은 작물에 관심을 가지고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품질과 기능성을 가진 품종이 육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렇게 육성되고 등록된 품종들은 권리자가 독점권을 갖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증식 및 판매를 할 수 없지만 예외가 있다. 권리가 설정된 품종이라도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재료로 이용하는 경우 등이다. 품종보호제도가 시행되면서 두 가지 면에서 육종가들의 의욕을 크게 고취시켰다고 할 수 있다. 육종가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과 다른 육종가의 품종을 새로운 품종 육성을 위한 재료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외국에서 들여온 새로운 품종들도 육종 재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장미, 국화, 딸기, 과수 등이 대표적인 작물이다. 장미는 1990년대 후반까지도 국내 품종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국내 육성 품종이 재배 면적의 22%를 차지한다. 딸기도 68%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 품종의 일부는 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외국으로부터의 출원이 57%나 됐지만 현재는 25% 정도로 낮아졌다. 특히 화훼 분야의 국내 육종이 취약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육성된 많은 화훼 품종이 육종 재료로 이용돼 국내 육성 품종이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외국으로부터의 출원은 감소하는 추세로 바뀐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식물 품종 육성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있다. 품종 수보다는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하는 인식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걸맞게 육종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식물 육종이 종자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