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주자들 말로만 하는 경제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주 “복지와 경제민주화만 중시하고 경제성장을 후순위로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진보적 성장의 핵심은 일자리”라며 성장을 강조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정책기조를 성장과 고용에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 담론이 부족한 민주당을 못 미더워하는 국민 정서를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성장을 통한 복지, 복지를 통한 성장 유발’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주자 등 중량급 정치인들이 다투어 경제성장을 말하고 있는 것은 복지를 앞세웠던 4월 총선 때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총선 때 정치인들은 무상복지 공약을 내놓지 못하면 정치판을 떠나야 할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또는 재검토 등 지나친 이념형 공약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출 및 성장 부진이 정치권의 복지공약 남발을 자성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복지도 중요하지만 추진에 우선순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재정 형편을 무시한 복지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성장에 대한 언급은 아직 알맹이 없는 수사(修辭)로 들린다. 유권자들이 무상복지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성장’을 슬쩍 얹어놓은 모양새다. 민주당은 좌클릭으로 다수 표(票)를 얻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성장을 들고 나왔지만 ‘포용적 성장’이니 ‘진보적 성장’이니 하는 어색한 조어(造語)로 포장하고 있다. 총선 때 민주당을 따라 ‘복지’를 외친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는 지난해 세계 15위, 수출은 세계 7위로 양적 성장을 해왔지만 선진국을 자임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미래 성장동력은 불확실하고, 저출산 고령화 추세까지 감안할 때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에 재정이 취약하다. 생산성은 훨씬 더 높여야 한다. 한국경제의 과도기, 질적 변환기에 대선주자들은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구조조정과 고통 분담을 각계각층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10년, 20년 뒤 한국경제를 내다보고 현재의 과제를 정리해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양다리 걸치는 식의 공허한 레토릭으로 “나는 성장과 복지 모두 강조했다”고 빠져나갈 의도라면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대선#경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