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공유지의 비극’과 리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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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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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비극’은 개인의 지나친 욕심이 필연적으로 공동체의 파멸을 초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가 있다. 소를 키우는 사람은 이익을 최대한 얻기 위해 소를 한 마리, 두 마리 늘려나간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소가 많아지면서 목초지는 황무지로 변하고 소들은 결국 굶어죽게 된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목초지를 사유화하거나 정부 개입을 강화하는 두 가지 방안이 거론돼 왔다.

▷어제 동아일보에 ‘리우+20 정상회의에 바란다’라는 칼럼을 쓴 엘리너 오스트롬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는 ‘공유지 관리’에 제3의 대안을 제시해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시장도, 정부도 아닌 지역 주민이나 공동체가 공유 재산을 맡아야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자원 고갈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만능의 위험을 피하면서 정부 통제에 따른 비효율도 예방하자면 지역 사회의 건강성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와 자원 남용은 공유지의 비극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한 나라가 자국의 경제개발을 위해 온실가스를 내뿜게 되면, 다른 나라들도 이에 질세라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지구 전체가 기후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비극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 1992년 리우회의였다. 여기서 결정된 ‘의제21’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사회 경제적 과제, 자원의 보전과 관리,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역할과 책임을 담았고 각국의 경제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리우회의 20년 만에 오늘 열리는 ‘리우+20’회의는 지난 20년 동안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각국의 노력과 한계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가해 한국 녹색성장의 의미와 성과를 알린다. 각국의 이해가 상충해 합의안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마다 자연환경이 다르고 각국이 처한 현실도 다양하기 때문에 처방도, 해법도 제각각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리우의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거창한 담론보다 풀뿌리 환경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한 오스트롬 교수가 12일 타계했다. 그의 마지막 칼럼이 유언처럼 읽힌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공유지의 비극#공동체#리우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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