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고급 술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상위 10%의 고급 술집이라는 ‘텐프로’나 그중에서도 최고급인 ‘일프로’도 있다는 것. 비싼 술값도 자주 지적되지만 도우미의 봉사료가 포함된 엄청난 접대비 자체가 문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고급 술집 말고 보통 술집에 가도 주당들은 도우미에게 일정한 봉사료를 준다. 예전에는 어땠을까. 기생의 봉사료를 천명한 광고가 있어 흥미롭다.
경성오권번연합 광고(매일신보 1920년 6월 10일)는 헤드라인을 아예 ‘광고’라고 쓰고 광고주 이름 뒤에 ‘고백(告白)’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어서 “금반(今般·이번)의 경성 시내 오(五)권번(券番·기생조합)에셔는 당국의 허가를 승(承)하와 기생 시간대(時間代)를 좌(左)와 여(如)히(같이) 개정하얏사오니 내외국 첨위(僉位·여러분)난 이차(以此) 하량(下諒·헤아려 앎)하시고 배전 애고하심을 복망(伏望·엎드려 바람)”이라는 보디카피를 덧붙였다. 당시 신문들도 경성(서울) 기생조합의 봉사료 발표 내용을 보도했다.
시간 값! 손님과 함께 보낸 시간이 봉사료 계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광고에 제시된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술자리에 들어간 시점부터 나올 때까지 계산하는 병화(병花), 미리 신청할 경우에 한해 3시간 30분을 1시키리(仕切り·결산)로 하는 예약화(預約花), 경성을 벗어나 출장 갈 경우 5시간을 1시키리로 하는 원출화(遠出花), 함께 공연 구경을 하자며 초청할 경우 1회 5시간을 1시키리로 하는 관극화(觀劇花), 병화 한 명을 더해서 계산하는 세화(貰花) 식으로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했다.
일제강점기의 권번기생은 권번에 적을 두고 세금을 냈으며 다른 기녀들과는 확연히 구분되었다. 그들은 각종 행사에 도우미로 나섰고 흥미 위주로 가볍게 추는 레뷰 댄스(revue dance)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그동안 우리는 기생들의 어두운 측면만 부각시켜 왔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들은 수재민 구호작업이나 조선물산장려운동 같은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봉사료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기생조합 광고에서는 당당한 직업의식 혹은 떳떳함마저 느껴진다. 요즘에는 과연 어떨까. 그리고 봉사료 기준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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