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TALK’]<26>몸짱에서 맘짱으로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병희 교수 제공
김병희 교수 제공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몸으로 살아요.”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할지 모른다. 그저 몸만 챙기는 몸짱의 시대.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연평균 1인당 독서량은 우리나라 1.5권, 일본 17권, 미국 45권이라고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봐도 대학생 1인당 2011년의 도서관 대출건수가 연 1회에 못 미치는 0.8회에 머무르고 있다. 책이 부족했던 시절에 오히려 책을 더 읽었다면 어떠할까.

수양전집 강담전집 광고(폐허 1921년 1월호)는 “보라!! 놀낸다- 산다!”라는 헤드라인에 다음과 같은 보디카피를 덧붙였다. “삼자합일(三者合一) 되는 것/이것이/수양전집(修養全集)/강담전집(講談全集)/이라고 한다/지금 출래(出來)! 벌서(벌써) 서점에 진열됏다(진열됐다)/빨니(빨리) 보라/그러하고 우리들의 성의를 알어다우(알아다오).” 마지막에서 어떤 성의를 알아달라고 읍소하는지 알 수 없지만 좋은 책에 대한 진정성이 엿보인다.

1920년대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전집류 붐이 일어났다. 대일본웅변회강담사(大日本雄辯會講談社)에서 발행한 ‘수양전집’과 ‘강담전집’도 이 붐을 타고 등장했다. 권당 1엔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전집류 붐에 영향을 미쳤지만, 사람들의 독서열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해마다 세계 책의 날인 4월 23일이 되면 독서를 권장하는 갖가지 캠페인이 벌어진다. 책 사진 공모전, 책 보내기 운동, 책 전시회, 독서 낭송회, 출판세미나 등. 하지만 독서 인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데카르트는 ‘방법서설’(1637년)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했다. 인간의 정신이 몸보다 우월하다는 뜻.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데카르트를 패러디해 “나는 몸으로 말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면서 정신-육체의 이분법을 350년 만에 거부했다. 미셸 푸코나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제시한 ‘신체론’이 그것.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나폴레옹 역시 세인트헬레나에 유폐되어 80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몸짱만으로 살 수 없다. 그 몸 만들어 어디에 쓰시려고? 책은 마음(맘)의 양식이라는데, 몸짱에서 맘짱으로 다시 돌아갈 때다. 몸짱 만드는 시간의 20%만이라도 맘짱 만드는 데 써보자.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수양전집#강담전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