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과학방송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린다. KBS는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한 교양프로그램인 ‘과학카페’를 최근 중단하고 가을 개편을 통해 ‘과학스페셜’을 방영할 계획이다. KBS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현재 ‘KBS스페셜’ ‘환경스페셜’ ‘역사스페셜’을 방송하고 있는데, ‘과학스페셜’을 추가하여 ‘4대 스페셜’을 운영한다.
‘스페셜’이 되면 투자와 편성도 특별해(special)진다. KBS는 과학스페셜의 제작비로 과학카페의 2배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편성시간을 보면 현재 KBS스페셜은 매주 일요일 오후 8시, 환경스페셜은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역사스페셜은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다. 과학스페셜도 이런 황금시간대에 시청할 수 있다고 기대해도 될 것이다. 참고로 과학카페는 심야시간인 월요일 오후 11시 40분에 편성됐다. ‘KBS 마감뉴스’ 바로 앞이다. 이 늦은 밤에 누가 ‘카페’에 들렀을까?
EBS도 과학 프로그램, 특히 과학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획을 강화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50분에 ‘원더풀 사이언스’를 편성한 데 이어 교육기획 다큐멘터리인 ‘다큐프라임’을 통해 다양한 과학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방송에서 수학은 과학보다 더 외면당하는 분야다. 특히 수학 다큐멘터리는 영국 BBC가 2008년 방영한 ‘수학의 역사’ 등 손가락으로 꼽을 게 몇 편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드문 장르다. EBS가 최근 방영한 5부작 ‘문명과 수학’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대상을,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받을 정도로 품질 높은 다큐멘터리로 인정받고 있다. EBS는 내년 방송을 목표로 현재 물리와 생물학을 소재로 한 대형 다큐멘터리도 기획하고 있다.
과학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에 상당하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방송은 감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방송발전기금이나 수신료로 운영하는 KBS나 EBS 같은 공영방송의 의무일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과학 대중화를 목적으로 2007년부터 과학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학방송을 운영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7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교과부가 직접 투입한 예산은 280억 원 규모. 과학의 영역이 너무 넓고 깊어 ‘마른 논에 물 대기’일까? 이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과학방송은 올해로 6년째가 되지만 시청자가 기억하는 대표 프로그램이 없다. 손꼽히는 과학PD도 없다. 아니 채널의 존재조차 알지 못할 정도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과학자조차 그런 과학방송이 있는지 갸웃거린다. 과학도시인 대전에서조차 과학방송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김세연 의원(새누리당)이 국정감사에서 ‘애국가보다 시청률이 낮은 방송’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나날이 위상이 높아지는 한국의 과학 수준에 걸맞은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KBS와 EBS는 헉헉대며 제작비 부족을 호소한다. 자료 사진이나 영상은 아직도 미국 영국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필요한 과학서적은 아직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역량을 갖춘 과학PD는 물론이고 작가나 촬영 전문인력도 거의 없다. 첨단 과학의 시대에 과학PD가 자갈밭을 맨손으로 일궈야 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건전한 과학방송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당장 교과부 장관과 차관부터 KBS와 EBS의 수준 높은 과학 다큐멘터리를 시청해 볼 것을 권한다.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 ▼ 대전지역 YTN 사이언스TV 시청 관련 ▼
본보는 6월 25일자 A30면 ‘과학 다큐멘터리를 위하여’ 제목의 칼럼에서 “과학도시인 대전에서조차 과학방송을 볼 수 없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YTN은 “위성방송 및 인터넷TV(IPTV) 등을 통해 대전 지역에서도 과학방송인 ‘YTN 사이언스TV’를 시청할 수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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