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에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 학생에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된다. 이 평가의 목적은 첫째, 우리나라 초중고교 해당 학년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함으로써 보정 교육으로 연결해 학교 교육의 책무성을 제고하고 둘째,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의 교과별 학업 성취 추이를 파악함으로써 교육과정의 목표 도달 정도와 함께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며 셋째, 학업성취도와 교육맥락 변인의 관련성을 분석해 학업 성취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탐색하고 학생, 교사, 학교의 구성 요인 관계를 파악하며 넷째, 질 높은 평가도구를 개발함으로써 일선학교의 교수 및 학습 방법을 개선하고 평가방법을 선도하는 데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6일 실시 예정인 성취도평가 폐지를 위한 투쟁지침을 전 조합원에게 내렸다고 한다. 전교조는 ‘교육개혁입법 우선과제 선정을 위한 교사 설문조사’ 중간결과에서 ‘일제고사’ 폐지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밝혔지만 이는 6만여 전교조 회원 중 일부의 의견이다. 전교조 주장에도 일견 일리가 있지만 일부 의견과 사례를 침소봉대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학업성취도평가가 교육에 해악이 크다면 평가 거부 학생이 2010년 430명에서 2011년 187명으로 감소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40만 명이 넘는 초중고 교사와 6만여 전교조 회원 중 학부모인 교사들은 왜 자신의 자녀가 평가에 불참하도록 하지 않는 것일까? 학업성취도평가 취지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교사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필자는 종종 초등학교 예비교사들에게 장래에 직업인으로서 교사 입장과 학부모 입장이 상충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학급당 많은 학생 수와 교수 및 학습 이외 잡무로 고달픈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학교평가와 연계해 경쟁시키니 거부감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자녀를 학교에 맡긴 학부모 위치가 되면 학교가 자녀의 학업과 행동에 대해 자주 그리고 상세하게 알려주기를 원할 것이다.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은 수강생의 학습 진도와 성취도를 가정에 알리는데 공교육 기관이라고 이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미국 등에서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생의 발달 상황에 관한 편지를 자주 보낸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사는 과밀학급과 과다한 잡무로 학생의 학업 지도와 인성교육이 미흡한 실정이다.
직업인과 학부모라는 교사의 양면성을 심정적으로 이해하지만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해주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다. 학생들이 미래에 선진국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길러내야 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얻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은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학교 및 교육청 순위를 매기는 경쟁을 시키니 일부 학교에서는 보충학습까지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교조가 성취도평가에 대비해 야간 자율학습과 보충학습을 시키는 파행 사례를 수집해 경쟁교육의 폐해를 알리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교과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되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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