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룰 때문에 경선판 깨는 건 自害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이 어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8월 20일 전당대회에서 12월 대통령선거 후보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경선 룰 결정은 일단 보류됐다.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非朴·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은 완전국민경선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경선 불참을 재확인 했다.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판이 깨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이던 작년 12월 박근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당헌 제92조 대선 후보의 자격 규정을 바꾸었다. 경선 출마자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한 것이 원래 규정이었는데 여기에 ‘비상대책위원장 및 위원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박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대선 출마의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다. 당헌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바뀔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당심과 민심을 50%씩 반영하는 현행 경선 룰도 절대 불변의 규칙은 아닐 것이다. 다만 비박 3인이 주장하는 완전국민경선은 용어가 갖는 본래 의미와 달리 정당정치의 훼손과 역(逆)선택의 부작용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박 3인은 오로지 완전국민경선에 목을 매고 있는 듯하다. 당헌당규를 들먹이며 전혀 융통성을 보이지 않은 박 전 비대위원장 측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경선은 가장 경쟁력 있는 당내 후보를 뽑아 국민에게 선보이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흥행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경선을 통해 후보의 ‘면역성’을 키우고 당내 단합을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전 위원장 측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패한 데는 당내 단합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음을 알아야 한다.

박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절대 강세 후보다. 친박 일색의 당 지도부조차 박 전 위원장 눈치 보기에 바쁘다. 박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 비박 3인과 경선 룰에 대해 논의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런 노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박 전 위원장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경선 룰 때문에 경선판을 깨는 것은 자해(自害)행위나 마찬가지다. 강자는 포용력을 발휘할수록 더욱 커 보이는 법이다.
#사설#경선#새누리당. 경선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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