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물연대 불까지 지르는 파업과 물류정책 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화물연대본부가 어제 총파업에 돌입해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화물연대가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큰 부산항 광양항 평택항은 수출입 물동량이 많은 곳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입 물류 마비는 혈관의 피 흐름을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물연대 파업 전날인 24일 새벽에는 영남 지역에서 방화(放火)로 추정되는 화재로 화물차 27대가 불에 탔다. 차에 불이 붙은 줄 모르고 잠자던 운전사가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주유소 근처에 세워둔 탱크로리에 불이 나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화물연대는 화재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만 골라 불을 질렀기에 의혹의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화물연대는 과거에도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운전사를 폭행하거나 화물차에 쇠구슬을 쏘고 타이어에 펑크를 냈다. 노동단체가 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에 따라 적법 절차를 거쳐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지만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 운전사의 차에 불을 내고 운행을 방해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 법제화,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간별 운임을 일정하게 정하는 표준운임제는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화물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운송 유통단계가 복잡한 데다 화물차 운전사들이 운송사와 고용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라 일률적으로 법제화하기 쉽지 않다. 운송료와 관련해서는 화주(貨主) 운송업체 등과 의견차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화물연대가 일방적으로 파업을 선언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앞세운 화물연대의 파업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에는 파업 참가율이 80%를 넘어 전국이 물류대란에 휘말렸다. 이런 혼란을 겪고도 화물연대가 파업을 무기로 물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정부가 물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류 다단계 방지, 지입 전문 운송사 퇴출, 직접 운송 의무화 등이 골자인 개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과격 행동에 나선 뒤에야 달래고 어르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평소 대화 창구를 넓혀 차주(車主) 단체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차량 파손 피해를 본 운전사들에겐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선의의 운전사들이 파업에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차량 피해를 우려해 파업에 휩쓸리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사설#파업#화물연대#화물차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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